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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자격이 있나? 

이걸 깨닫는 순간 권하윤은 등골이 오싹했다.

만약 아버지가 정말 공은채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해서 죽게 만들었다면 공은채가 죽었을 뿐만 아니라 진명주가 세상에 남겼던 마지막 흔적까지 사라져버린 게 된다.

잇따라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민도준은 공은채가 위독할 때마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

시간과 정력을 쏟아붓고 인력과 물력을 투자하며 공은채를 살리려 한 건 어머니의 흔적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니.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공은채의 생명을 건졌는데 결국은 그런 결말을 맞이했다니.

하윤은 도준이 공은채에 대해 집착하는 건 부모님이 공은채를 구해줘서 공은채를 부모님 생명의 연속으로 여기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연속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끈끈하고 명실상부한 것일 줄이야.

이건 단순히 도준이 사랑하는 사람을 해친 것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일이다.

도준은 부들부들 떨리는 하윤의 어깨를 꼭 잡더니 마치 장난기 많은 어린 아이처럼 그녀를 바라봤다.

심지어 말에도 약간의 농담이 섞여 있었다.

“내가 뭐랬어? 못 견딜 거라고 했잖아. 이럴 거면서 묻긴 왜 물어?”

“떠는 것 좀 봐. 이리와. 달래줄게.”

몸이 기울더니 하윤이 앉은 의자가 남자의 다리에 끌려 확 잡아당겨졌다.

두 의자가 조금의 틈도 없이 꼭 붙었지만 하윤은 도준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도준이 어떻게 이토록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가장 가까운 가족이 그렇게 됐는데, 세상에 남아 있던 유일한 위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하윤은 생각과 동시에 질문을 내던졌다.

그 말을 들은 도준은 피식 웃으며 하윤의 이마를 튕겼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윤 씨한테 복수라도 할까? 죽일까?”

하윤은 여전히 도준을 바라보며 자기의 뜻이 바로 그거라고 눈으로 표현했다.

그러자 도준이 웃었다.

“진작 알았다면 그랬었겠는데 지금 그러기에는 마음이 아파.”

하윤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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