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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증거 

봉투를 봉하지 않은 탓에 가장자리를 살짝 쥐기만 해도 안에 있는 몇 장의 사진이 보였다. 하지만 손가락을 안으로 넣으려는 찰나, 문 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오면서 금속으로 된 병실 문손잡이가 아래로 꺾였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은…….’

좌우를 급히 살피다가 재빨리 봉투를 베개 아래에 감추는 찰나, 문이 마침 열렸고 민도준은 권하윤의 눈에 남아 있는 놀라움을 포착하고는 침대 옆으로 걸어갔다.

“뭐 잘못한 거라도 있는 것처럼 왜 이렇게 깜짝 놀라?”

도준이 갑자기 지금 이 시간에 나타난 걸 본 하윤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도준이 이미 공태준이 왔었다는 걸 알아버렸다는 거다.

하지만 또 자기가 깨어나 병원 관계자가 도준에게 알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 이 시간에 나타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도준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침대 옆에 앉더니 자기를 빤히 바라보는 하윤을 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왜 그렇게 봐? 내가 늦게 왔다고 타박하는 거야?”

이윽고 하윤의 어깨를 누르며 침대에 눕히더니 농담조로 말을 이었다.

“어쩜 내가 나가기 바쁘게 정신이 들었지? 나랑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하윤의 머릿속에는 베개 밑에 있는 사진뿐이라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도준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터라 눈을 내리깔면서 시선을 가렸다.

“아니에요.”

도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윤의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

“됐어. 이제 농담 그만할게. 주사 다 맞으면 내려가 검사하고 별일 없으면 집에 가자.”

‘집에 가자고?’

‘나한테 집이 있기나 한가?’

하지만 하윤은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고분고분 따르는 하윤의 모습을 보자 도준의 눈에는 오히려 짜증이 더해졌다. 이윽고 목소리마저 가라앉았다.

“지금 나한테 성깔 부리는 거야?”

“그냥 피곤한 것뿐이에요.”

“피곤하면 좀 자.”

하윤은 소리 없이 눈을 감은 채 시선을 차단하고는 본인마저 자기의 세상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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