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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사랑과 증오 

권하윤은 정확히 말하지 않았지만 민도준은 그녀가 뭘 묻는지 알고 있었다.

긴 손가락이 하윤의 긴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으며 엉킨 머리를 풀어줬지만 엉킨 하윤의 마음은 풀지 못했다.

“내가 지은 죄가 너무 많아 하윤 씨마저 함께 말려들었나 봐.”

위로를 하는 탓인지 도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도 몇 배 더 부드러워 하윤의 눈물샘을 더 자극했다.

‘차라리 더 못되게 굴거나 아예 무시하지, 왜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 놓는 거야?’

하윤은 부드러운 도준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따뜻한 온기를 가진 손이 그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해? 내가 하윤 씨 도망가게 둘 것 같아? 그만 울어. 하윤 씨는 내가 찜한 사람이니까 하윤 씨한테 죄가 있다고 해도 다 나한테 넘기면 돼. 하윤 씨가 벌받을 일은 없으니까 울지 마.”

검음 머리카락에 가려진 하윤의 등은 파르르 떨렸다.

도준은 하윤이 마음 속의 고비를 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변명을 만들어 준 거다.

자기가 하윤을 놓아주지 않는 거지 하윤이 떠나지 않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하윤의 두 가지 마음이 하윤을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랑과 증오.

매번 당겨질 때마다 하윤의 마음은 피투성이가 되어 통증이 느껴졌다.

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도준의 손길을 느끼며 점점 잠이 들었다.

다음날.

하윤이 일어났을 때 도준은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 씻고 나와 침실 문을 나선 순간 하윤은 주방에 사람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움찔했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아주머니가 허리를 숙여 하윤에게 인사했다.

“사모님, 깨어나셨어요? 아침은 다 되었는데 지금 드실래요?”

아주머니의 성은 장씨인데 도준과 하윤이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이 집을 청소해왔다.

장 아주머니는 음식솜씨 뿐만 아니라 하는 일도 재빨라 하윤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설거지와 청소를 마치고 떠났다.

홀로 집에 남은 하윤은 장 아주머니가 가기 전에 데워 준 따끈한 죽을 쥔 채 창가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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