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08화 미련 

민도준은 무척 즐거워 보였지만 권하윤은 이토록 마음 여린 자신이 밉기만 했다.

확실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윤은 자기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를 죽일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나약한 거야?’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 체 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지도 못할 거면서 왜 도준 씨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고 복수하지 못하는 거야?’

‘진실을 알게 된다 한들 달라질 건 없잖아. 결국 복수도 못 할 거면서.’

하윤은 그제야 도준의 의도를 알아챘다. 도준은 하윤에게 가르쳐 준 거다.

그녀가 아무리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 체 하지 못한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걸.

순간 절망감이 마음속에 퍼졌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뭘 선택해야 맞는 거?’

도준은 품속에 안 긴 여인이 몸을 점점 움츠리는 걸 빤히 바라봤다. 세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듯한 자세는 마치 어린애처럼 가엾었다.

이에 도준은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고 손을 들어 하윤의 등을 쓰다듬었다.

“됐어. 이제 막 퇴원해서 피곤하겠는데 일찍 자. 마침 침실도 구경시켜 줄게.”

도준은 마치 영혼을 잃은 것같은 하윤을 끌고 침실로 걸어갔다.

침실 역시 하윤이 원했던 대로 편안하고도 폭신폭신하게 되어 있었다.

커튼이 바닥에 축 드리웠고 심지어 침대 머리맡 캐비닛은 가장자리가 둥글둥글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도준은 인형을 다루는 것처럼 하윤을 침대 위에 앉히고는 옷장에서 잠옷 하나를 꺼냈다.

심지어 하윤의 몸에 대고 맞춰 보기까지 했다.

“응, 이거 입어.”

연두색 슬립 치마는 섹시하면서도 보수적이어서 하윤의 우아하고도 매혹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옷을 갈아입자 도준은 침대 끝에 앉은 하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예뻐.”

너무나 노골적인 남자의 시선에 하윤은 침대에 기댄 손을 꽉 그러쥐었다.

하지만 도준은 그저 하윤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난 샤워하고 올 테니까, 먼저 자.”

도준이 욕실로 들어가고 나서야 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윤은 이런 때에 도준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