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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나한테도 집이 있나? 

권하윤은 민도준이 이른 일을 벌였을 리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잘못했더라도 오빠와는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지난 날의 모든 게 자꾸만 도준은 절대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팔은 더 이상 무게를 버티지 못해 힘이 빠졌고 하윤의 몸도 세면대를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

지탱하는 힘을 잃은 하윤은 그대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스스로를 위로했다.

“똑똑-”

그때 간호사가 밖에서 노크했다.

“환자분, 괜찮으세요? 혹시 제가 뭐 도와드릴 게 있나요?”

하윤은 아무 대답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았다.

“아니에요. 바로 나갈게요.”

“네. 그럼 밖에서 기다릴게요.”

간호사가 멀어지는 소리를 듣자 하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씻고 나온 하윤은 한참 고민 끝에 결국 사진을 잠시 보관해 두기로 결정하고는 가방 안에 넣은 뒤 스카프로 숨겼다.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윤은 무의식적으로 이걸 도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다가 다시 방에 갇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야 할까 봐.

도준의 심기를 건드릴 바엔 스스로 아버지가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 진실을 파헤치는 게 나았으니까.

하윤이 정신을 차렸을 때, 몸은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해 있었다.

어둠 속, 닫히지 않은 차 안, 남자는 긴 다리 한쪽을 밖으로 내놓은 채 삐딱하게 앉아 있었다.

재떨이에 있는 담배꽁초를 보면 도준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 알 수 있었다.

하윤은 당연히 기사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 도준이 직접 기다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윽고 하윤이 조수석에 앉자마자 시동이 걸렸다. 차가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올 때쯤 하윤은 나지막하게 물었다.

“왜 먼저 가지 않았어요?”

도준은 핸들을 꺾으며 되물었다.

“먼저 갔다가 하윤 씨가 이곳에서 미아가 되면 어떡하라고?”

하윤은 입을 벙긋거렸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그 사진을 보지 않았더라면 도준이 아무것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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