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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깨어나지 못하는 악몽 

지난 날의 일들이 다시 떠오르자 하윤은 손가락은 부들부들 떨렸다. 심지어 사진을 제대로 잡을 수조차 없었다.

‘아니야,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눈을 감은 채 애써 기억 속에서 벗어난 하윤은 손에 쥔 사진을 바라봤다.

방금은 그저 사진 속의 빌딩에 시선이 갔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진 속에는 한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자는 단연 눈에 띄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준이었으니까…….

‘도준 씨가 이 건물에 갔었다고?’

‘언제적 일이지?’

하윤은 호흡이 흐트러진 채 곧바로 다음 사진을 확인했다.

두 번째 사진은 건물 맞은편에서 찍은 것 같았는데 마치 파파라치가 몰래 찍은 각도 같았다.

사진 속 창문 너머에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분명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하윤은 단번에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을 알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중 한 명은 가족이고 한 명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사진 속의 이성호는 창문 쪽으로 몸을 돌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퇴폐한 모습으로 서 있었고, 창문 옆에는 도준이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여유롭게 서 있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하윤은 온 몸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아빠가 뛰어내리기 전 만난 사람이 도준 씨였다고?’

세면대의 거울에 여자의 창백하고도 멍한 얼굴이 그대로 반사되었다.

눈동자 속의 마지막 빛이 꺼진 채 희뿌연 연기가 끼어 있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태준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만약 민도준이 아니었다면 윤이 씨 아버님은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예요.’

온기가 남아 있지 않은 손가락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사진을 뒤로 넘겼다.

이번 사진은 주차장 배경이었다.

도준이 차 문을 열고 있는 모습. 하지만 곧바로 차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차문에 기대 멀어지는 차 한 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사진은 힘껏 구겨졌고 사진을 쥐고 있던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눈물이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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