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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누구를 미워해야 하지? 

권하윤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미워하는 게 얼마나 사치인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얼마나 뱃심이 필요한 일인지.

사람은 남을 미워하기 전 자기가 정의롭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지, 그런 확신조차 없다면 타인에게 따질 자격도 없게 된다는 것도.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지금 대체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공은채와 엮인 아버지를 미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 있는 민도준을 미워해야 하는지.

그도 아니면, 계속 가족을 괴롭히는 공씨 집안 사람을 미워해야 하는지.

하윤의 모든 뱃심은 이성호가 임종 직전 남긴 몇 마디 때문에 완전히 사라졌다.

심지어 이 지경이 되어버린 게 마땅한 벌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고 명예를 회복한 뒤 한 가족이 평온한 삶을 살자던 꿈도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냥 나를 미워하자. 이건 내가 아빠와 함께 일찍 죽지 않은 탓이야.’

공씨 집 앞에서 무릎 꿇고 빌던 그 겨울 얼어 죽을 뻔한 적도, 공씨 집안 사람들이 연못에 밀어 버렸을 때 익사해 죽을 번한 적도 있었다.

권씨 집안 사람들에게 온갓 착취를 당할 때 죽을 뻔한 적도, 문태훈에게 살해당할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고 꿈이 있었다…….

오랜 침묵이 이어지는 사이, 하윤의 고개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질 것처럼 점점 숙여졌다.

그때 도준이 잿빛이 된 얼굴로 하윤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어디 불편해? 말해.”

손을 놓는 순간, 하윤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남자의 눈살을 이내 찌푸려졌고 하윤을 들어 안은 채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

꼬박 이틀이 지난 뒤.

하윤이 다시 깬 것은 병원 침대 위였다.

손이 무의식적으로 아픈 심장을 움켜쥐려고 하던 찰나, 다른 한 손이 하윤의 손목을 잡았다.

“조심해요, 바늘 잘못 만지면 안 되니까.”

익숙하고도 위화감이 드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리자 하윤은 흠칫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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