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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무너지다 

그 어떤 말로도 권하윤의 지금 심정을 형용하기엔 부족하다.

지난 2년간 하윤의 세계는 이미 수많은 충격때문에 원래의 모습을 잃었다.

매번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하윤은 가족들과 함께 보냈던 행복한 추억을 떠올렸고 가족에게 사랑받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건 하윤이 고난을 이겨내는 원천이었고 영원히 더럽혀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유일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게 산산이 부서지면서 날카로운 파편이 하윤을 헤집어 피투성이가 된 기분이었다.

주위를 빙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언제나 위안으로 삼던 자기의 보금자리에 조금이나마 기대려고 뒤를 돌아봤더니 그 보금자리마저 진작에 사라졌다.

하윤은 아버지가 누명을 썼다고 항상 믿어왔기에 돌아가실 때 얼마나 비통했을까 자꾸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 죄가 사실일 수도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마치 바다에 빠져 물이 코와 입과 귀에 흘러 드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갑갑해났다.

심지어 승우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다.

“윤아? 너 왜 그래? 오빠 놀라게 하지 마. 말 좀 해봐, 응?”

하윤은 오빠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뭔가를 말해서 안심시키고 싶었지만 벙어리가 된 것처럼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승우도 하윤의 심정이 이해됐다. 자기가 모든 걸 말하면 하윤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그제야 마음 약해져 사실을 말한 게 후회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윤아, 지난 일은 생각하지 말자. 게다가 우리는 아버지가 그랬을리 없다고 믿잖아. 안 그래?”

승우는 답을 듣지 못하자 느릿느릿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자. 너 민도준의 일에 대해 물어보려던 거 아니야?”

‘참, 그랬지. 잊을 뻔했네…….’

하윤이 전화를 한 건 민도준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버지가 생전에 참회했다는 걸 듣고는 갑자기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모랐다.

‘만약 공은채의 죽음이 아빠와 관련이 있고, 아빠의 죽음도 도준 씨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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