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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미워해야 하나? 

권하윤이 갑자기 조용해진 건 한 가지 사실을 설명해줬다.

그녀가 아직도 민도준을 생각하고 있다는 걸.

그걸 인지한 도준은 기분이 좋아져 갑자기 말을 걸어온 사람과 몇 마디 대화까지 해주었다.

하지만 도준 옆에 선 하윤은 이 순간이 고통스러웠다.

심지어 컴퓨터처럼 머릿속에서 이 순간의 데이터를 지워버리고 도준에 대한 감정도 지워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컴퓨터보다도 복잡하다.

사랑과 미움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당장 상대를 죽여버리고 싶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상대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까.

하지만 도준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동안 하윤은 자기의 행동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찾았다.

단죄하기 전에 도준에게 물어봐야 겠다고.

모든 사람, 모든 증거가 도준이 바로 아버지를 죽게 만든 범인이라고 가리켜도 하윤은 도준의 말을 듣고 싶었다.

전에 도준을 오해 했었으니 이번에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손바닥 안의 작은 손이 버둥대며 빠져나가려 하지 않자 도준의 미간도 따라서 펴졌다. 그런 편안한 표정은 도준에게 매력을 한층 불어넣었다.

그 때문인지 도준과 대화를 하던 여사장은 참지 못하고 도준을 힐끔거렸다.

“저희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민 사장님의 마음에 드는 보고서를 만들겠습니다. 그럼 저는 사장님과 사모님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요.”

처음으로 듣는 호칭에 깨질 것만 같던 하윤의 뇌는 순간 멈췄다.

그러다가 한참 뒤에야 여사장이 뭔 말을 했는지 반응하고는 여사장이 내민 손을 뒤늦게 잡았다.

“조심히 가세요.”

여사장은 기회를 틈타 자기의 명함을 내밀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요즘 미용 기기를 출시하고 있고요. 물론 사모님은 아직 젊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시겠지만 저희가 현재 사람들의 피드백이 필요한 상황이니 도와주실 수 있다면 연락 주세요. 그러면 제가 바로 기계를 보내드릴 테니.”

여사장은 분수를 지킬 줄 알았다. 심지어 일부러 도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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