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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묵묵히 희생하다 

권하윤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며 결국 민도준에게 마음을 기울였다.

아직 답을 알 수 없는 일보다 도준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게 더 확실하니까.

한참을 몸부림치던 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남아요. 우리 일은 나중에 얘기해요.”

민시영은 그제야 하윤의 낯빛을 보더니 놀란 듯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왜 안색이 이렇게 안 좋아요?”

하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더위 먹었나 봐요.”

시영은 하윤과 도준을 번갈아 보다가 뭔가 눈치챈 것처럼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오빠도 참. 어쩜 이렇게 사람을 보살필 줄을 몰라? 내가 먼저 둘째 형수를 데리고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게.”

묘원에는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연회장과 휴식할 수 있는 별채도 있다.

하윤은 시영의 표정에서 그녀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추측할 여유도 없어 그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아까 여기로 오면서 휴게실을 지나와서 저도 알아요. 제가 혼자 가면 돼요.”

“아…….”

시영이 망설이는 사이 하윤은 이미 떠나버렸다.

하지만 하윤은 연회장 대신 조용한 곳을 찾아 어머니의 번호로 전화했다.

양현숙은 무척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딸! 오랜만에 전화 오네. 요즘 어때? 잘 지내? 누가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하윤의 감정은 출구를 찾은 것처럼 이내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입을 막으며 애써 목소리를 조절했다.

“전 잘 있죠. 요즘 좀 바빴어요. 엄마는 어때요? 오빠랑 시영은요?”

“우리도…… 잘 지내지.”

잠깐 멈칫하는 양현숙의 말투에 하윤은 순간 불안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혹시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

“걱정할 거 없어. 오빠는 잘 지내. 이제는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어. 그런데…….”

양현숙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너랑 공태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공태준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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