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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압박을 견디지 못하 죽다 

권하윤은 귀부인들과 함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랬더니 역시나 민도준이 말했던 것처럼 거의 모든 대화 주제는 하윤을 둘러싸고 진행되었다.

심지어 분위기가 썰렁해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하윤이 뭘 말하기만 하면 귀부인들이 맞장구를 쳐줬으니.

이건 원래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다소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때문에 잠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여기 계셨네요.”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원혜정이었다.

원혜정을 마주할 때 귀부인들의 표정은 조금 미묘했다.

그도 그럴 게, 민용재가 그렇게 되고 난 뒤 첫째네 집안 사람들은 아예 맥이 끊긴 것처럼 주위에 있던 인맥이 모두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민재혁의 다리가 회복됐다고는 하나 이제 민씨 가문도 도준의 손에 넘어간 상황이니 원혜정의 처지는 난처했다.

아까 하윤과 가장 얘기를 많이 하던 송 사모님은 하윤의 눈치를 힐끗 살피더니 원혜정의 말은 듣지 못한 것처럼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차를 음미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다른 귀부인들도 하나 둘씩 송 사모님을 따라하며 핸드폰을 보거나 서로 대화를 해댔다.

하지만 원혜정은 귀부인들의 무시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장례식도 이제 곧 시작이니 지금 가봐야 해요.”

“시윤 씨, 우리도 얼른 가요.”

그때 누군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하지만 하윤은 원혜정과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미소를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먼저들 가보세요. 전 화장실 먼저 들렀다 가려고요.”

남편과 함께 이런 장소에 나오는 귀부인들은 모두 눈치 백단이기에 하윤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가 원혜정을 싫어한다는 걸 눈치채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이따 봐요.”

하윤은 미소를 지은 채 귀부인들을 배웅했다.

원혜정도 떠나기 전 고개를 돌려 하윤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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