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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다른 남자를 만나다

“도준 씨가 간 뒤 잠이 오지 않아 권씨 가문의 온천 펜션에 다녀왔어요.”

역시나 바로 탄로나자 권하윤은 미리 준비해 뒀던 핑계를 댔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건너편에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 내가 떠나기 전 하윤 씨 잠재우지 않은 탓이라 이거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면 얼른 돌아와. 혼자 산속에 놀러 갔다가 모르는 사람이 하윤 씨 잡아먹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상대의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느낀 권하윤은 이내 말소리를 가다듬었다.

“바로 갈게요.”

그와 동시에 한참 동안 세워뒀던 차의 시동을 걸었다.

민도준이 전화까지 걸어 재촉하는 바람에 그녀는 더 이상 꾸물대지 않고 곧바로 블랙썬으로 돌아갔다.

밤 10시.

권하윤이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섰을 때, 민도준은 창가에 서 있었다.

마침 밤 생활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블랙썬도 한산하던 낮과는 달리 북적거렸고 네온등이 번쩍거리며 검은 방안을 밝혀주었다.

어지러운 불빛 아래에 선 민도준의 뒷모습은 마치 안개가 짙게 낀 것처럼 희미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쿵쾅거리는 심장 때문에 권하윤은 문 닫는 동작마저 한결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그 작은 소리에도 방해 됐는지 민도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왔어?”

아무 일 없다는 듯한 가벼운 말투에 권하윤은 더 긴장한 듯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렇게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던 그때, 민도준이 갑자기 그녀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에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치다 결국은 등이 문에 바싹 붙어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잔뜩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에도 민도준은 마치 보지 못한 것처럼 몸을 숙인 채 바싹 달라붙었다.

순간 눈이 무의식적으로 감겨버렸다.

민도준은 일부러 그녀의 얼굴과 목덜미에 자기의 숨결을 불며 노골적으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때문에 권하윤의 목덜미에 난 솜털마저 바짝 곤두섰다.

이윽고 잔뜩 흐트러진 호흡을 애써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도준 씨, 뭐 하는 거예요?”

“하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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