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20화 명을 재촉하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역시 온천 펜션에서 약속을 잡았다.

권하윤이 도착했을 때 이남기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이에 그녀는 곧바로 시동을 끄며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무슨 소식인데요?”

그때 이남기가 그녀에게 모자 하나를 건넸다.

“혹시 이거 알아요?”

희뿌연 먼지가 쌓인 모자 끝부분에 검붉은 자국이 이미 마른 상태로 묻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권하윤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끝으로 모자를 터치하는 순간 귓가에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윤아…….’

머릿속에 맴도는 익숙한 부름소리에 권하윤은 모자를 꽉 움켜잡았다. 그녀는 그 모자가 왜 그 모양 그 꼴이 되었는지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희망이 남아 있었다.

“은우는 찾았어요? 무사한가요?”

이윽고 이남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말을 보탰다.

“혹시 많이 다쳤던가요? 걔가 원래 그래요, 다쳐도 아프다는 소리도 하지 않고 사람을 걱정시켜요. 앞으로 그런 나쁜 버릇은 꼭 고치라고 타일러야겠어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권하윤의 모습에 이남기의 눈빛은 복잡해졌다.

“권하윤 씨, 은우 형 정말 죽었어요.”

“그럴 리가요.”

권하윤은 혼잣말로 중얼댔다.

“블랙썬에서 분명 개를 안 기른다고 했는데. 분명 나 속인 건데, 그러니까 은우가 죽었다는 것도 거짓말이어야 하는데.”

말하면 할수록 그녀의 소리는 점차 작아지더니 이윽고 옹알이처럼 제대로 들리지조차 않았다.

절망보다 희망 끝에 다가온 실망이 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은우는 어디 있는데요? 어디 있어요?”

권하윤의 눈빛에 이남기는 안타까운 듯 고개를 돌렸다.

“권하윤 씨, 그만 물어보세요.”

“왜요? 은우가 어디 있는데요?”

이남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은우 형의 시신이 완전하지 않아요.”

관자놀이에 전해지는 찢어질 듯한 고통에 권하윤은 간단한 문제도 답을 얻지 못하고 되물었다.

“완전하지 않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보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