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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살의

권하윤의 상태가 너무 안 좋은 바람에 이남기가 운전을 담당하게 되었다.

심지어 운전하는 동안에도 그는 권하윤의 상태를 이따금 살폈다.

혼절한 뒤로 그녀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가녀린 몸은 마치 조수석에 고정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사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공씨 가문의 리조트였다.

호수처럼 고요하던 권하윤의 눈동자도 그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여긴…….”

이남기는 이내 설명했다.

“가주님께서 안 계십니다. 만약 걱정된다면 제가 사진으로 보내드릴게요.”

“아니에요, 제가 직접 볼래요.”

차는 리조트 내부에 있는 한 작은 오두막 앞에 멈춰 섰다.

흰 천으로 덮인 좁은 침대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권하윤은 옆에 드리운 손을 꽉 그러쥐었다.

이윽고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그녀가 천을 들어보려 할 때, 이남기가 조심스럽게 주의를 줬다.

“사람을 찾아 복구하려고 노력했는데 효과가 이상적이지 않았어요. 보시려면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시기 바랍니다.”

권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흰 천을 살짝 들추었다.

그야말로 원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오싹한 백골이 부패한 몸을 뚫고 나왔고 갈기갈기 찢긴 피부와 부서진 뼈에서 성은우의 모습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권하윤은 구역질을 참으며 속으로 눈앞의 시신이 자기가 아는 성은우라고 연신 최면을 걸었다.

그러던 그때, 손으로 시체를 만지려는 권하윤의 행동에 이남기가 장갑을 건네더니 그녀가 거절할까 봐 설명을 보탰다.

“장갑을 끼시는 게 두 사람한테 다 좋을 거예요.”

권하윤은 장갑을 받아 끼기 바쁘게 성은우의 팔부터 확인했다.

성은우는 민도준의 총에 맞아 팔에 총상을 입은 적이 있기에 이 시신이 그가 맞다면 무조건 같은 총상흔적이 있을 거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같은 총상 흔적을 보는 순간 그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총상은 팔뿐만 아니라 이마에도 나 있었다.

전에 꿨던 꿈이 갑자기 뇌리에 파고들었다. 그 꿈에서 민도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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