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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죽음의 덫

바디워시 냄새가 욕실 안 열기에 흩어지면서 신경을 자극하던 피비린내를 겨우 덮어버렸다.

하지만 침대에 누운 지 한참이나 흘렀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컴컴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감으면 자꾸만 뼈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찢긴 채로 애원하고 울부짖던 남자의 모습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 성은우의 얼굴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솔직히 요 며칠 동안 그녀는 매일이다시피 꿈에서 성은우를 만났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루다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민도준 옆에 붙어있다 보면 언젠가 그와 술을 마실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원래부터 술을 좋아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으나 민도준은 며칠 동안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설마 내가 여기 있어서 술 마시러 갈 시간이 없나?’

하지만 이곳에 있지 않는다면 기회를 엿볼 수가 없다.

솔직히 술에 이렇게 집착하는 건, 술이 약효를 촉진하는 원인도 있지만 민도준에게 술을 먹이지 않으면 예리한 그를 상대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더 이상 기회만 기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밤새도록 그 문제에 시달린 권하윤은 다음날 민도준이 떠난 후에도 여전히 멍해 있었다.

“권하윤 씨, 왜 안 먹어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아침을 배달해 온 한민혁을 바라보더니 대충 둘러댔다.

“죽이 뜨거워서요.”

“아. 그럼 천천히 드세요 저는 나가볼게요.”

“잠깐만요.”

권하윤은 한민혁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네?”

한민혁은 괜히 겁을 먹었지만 아예 블랙썬에 눌러앉다시피 살고 있는 권하윤을 보더니 이제 곧 사모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절하지 않았다.

“무슨 부탁인데요?”

“그게, 여기를 조금 색다르게 꾸며 줬으면 해서요…….”

‘아, 뭐 이벤트 해주려는 거구나?’

그제야 한민혁은 안도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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