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시골처녀 고은영, 덜렁대는 성격에 겁이 많아서 상사가 조금만 인상을 써도 울먹이는 겁쟁이. 강성 최고의 권력자 배준우, 그는 신이 내린 외모를 가졌지만 잔인하고 차가운 성격 탓에 여자들이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철벽남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술 취한 배준우의 방에 간 크게 침입해서 그의 순결을 앗아간 여자가 나타났다! 그가 그 여자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그의 직속 비서는 어쩐 일인지 점점 몸이 풍만해지고 있었다. 배준우가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 "고은영, 그날 밤 그 여자 너야?" 고은영은 그의 험악한 표정에 온몸을 웅크리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View More배준우가 고은영을 데리고 들어오자, 나태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마치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 듯했다.배준우는 별말 없이 자리에 앉았고, 곧이어 웨이터가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두 사람은 대충 스테이크를 주문했다.배준우가 고은영을 향해 말했다.“네 언니의 일에 대해 알고 싶다면서? 나태현 형한테 직접 물어봐.”나태현의 표정이 굳어졌다.그 순간 분위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나태현의 시선이 고은영에게로 향했다.그 눈빛에 고은영은 순간적으로 움츠러들 뻔했지만 이내 정신을 다잡고 배준우의 손을 꼭 붙잡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제 언니를 다치게 한 게, 혹시 나태현 씨인가요?”“...”“...”물을 마시던 배준우는 고은영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라서 사레가 들릴 뻔했다. 아무리 궁금해도, 이런 질문을 이렇게 대놓고 던지는 사람이 있을까?나태현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고은영을 바라봤다.그렇게 약 1분 정도 서로의 시선이 얽혔다.그리고 마침내 나태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여자를 때리는 사람으로 보여?”고은영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그럴 수도 있죠. 어차피 나태현 씨 동생도 그런 사람이잖아요.”나태현의 표정이 굳었다.“내 동생이 누굴 때렸다고?”“안지영이요.”그 말에, 나태현과 배준우의 시선이 동시에 고은영에게 집중됐다.그들은 전혀 몰랐던 일이다.“...그런 일이 있었나?”나태현이 낮게 중얼거리자, 고은영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역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죠.”배준우와 나태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한다고?’배준우는 고은영을 힐끗 보며 생각했다.‘이런 성격으로 사회생활은 어떻게 한 거지?’그러나 뜻밖에도 나태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나태현은 배준우를 보며 말했다.“네 아내, 정말 귀엽네.” 배준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배준우는 테이블 아래로 고은영의 손을 꼭 쥐었다.“질문에 집중해요.” 고은영이 세상 물정 모르는 소
“그리고, 오늘 언니가 다친 건 나태현 씨 때문인 것 같아요.”고은영이 흐느끼며 말했다.배준우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움찔했다.“나태현이 은지 씨를 때렸다고?”“네. 그런 것 같아요. 언니가 혼자서 다친 게 아니에요.”배준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까.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참...”“준우 씨, 언니가 어떻게 다친 건지 확실히 알아봐 줄 수 있어요?” 고은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다.배준우는 잠시 침묵했다.‘이걸 어떻게 알아보지? 기성훈에게 부탁해서 천락 그룹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해 보라고 해야 하나? CCTV를 확인하면 되겠지만...’천락 그룹 내부 보안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할 리 없었다.만약 누군가 회사 네트워크를 해킹한다면, 나태현이 모를 리 없었고, 당연히 누가 했는지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곧바로 배준우를 의심할 것이다.그땐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배준우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고은영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얘기했다.“제발요, 부탁이에요.”배준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넌 정말 나한테 어려운 일만 시켜!.”“하지만 나는 꼭 알아야 해요.” 고은영이 고집스럽게 말했다.배준우는 이마를 짚었다.‘나태현의 네트워크를 해킹하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배준우가 고은영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궁금해?”“네!”배준우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좋아. 그럼 우선 세수라도 하고 와.”“그러면 알 수 있어요?”“응.” 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세수를 하는 것과 고은지가 어떻게 다쳤는지를 아는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배준우가 워낙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고은영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고은영이 나간 후, 배준우는 휴대폰을 꺼내 나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정확히 알고 싶다면,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하니까.’벨이 울린 후, 나태현이 전화를 받았다.“준우야
두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아마도 진성택의 상황이 나날이 나빠져서일 것이다.배준우가 바보도 아니고, 그들을 도와줄 이유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간호 좀 해준 거 갖고 찾아오다니. 강도가 따로 없어요!”고은영이 중얼거렸다.“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그러게요!”고은영은 바로 나태현을 떠올렸다.전에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태현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고은지가 사무실에서 다쳤다는 것을 떠올린 고은영은 표정이 또 어두워졌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왜?”“준우 씨.”“응.”“언니가 다쳤어요. 발목 골절이에요.”고은영이 젖은 눈망울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녀는 고은지와 나태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러다가 고은지가 더 다칠까 봐 두려웠다.나태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고은영의 말을 들은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일인데?”“나태현 씨가... 미쳤어요. 희주를 납치하고도 모자라서... 제발 우리 언니 좀 도와줘요.”그렇게 말하는 고은영의 목소리에서는 울먹임이 묻어났다.고은지는 너무 불행했다.어려서부터 힘들게 자랐는데, 왜 아직도 힘들어해야 하는 걸까.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베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겨우 친엄마를 찾았는데 그 따뜻함을 느끼지도 못하고 나태현의 복수에 이용당해야 했으니 말이다.고은영은 고은지의 상태에 가슴이 아팠다.“도와달라고 했어?”배준우가 물었다.“아니요. 하지만 난 어떻게든 희주를 찾을 거예요.”고은영은 고희주를 아꼈다.고은지가 조용수와 결혼하고 강성에 살 때 고은영도 마침 강성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희주가 태어났을 때 고은영은 거의 달마다 고희주를 보러 갔었다.조용수의 어머니는 그런 고은영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고은영은 오직 고희주를 보기 위해 갔다.그래서 고희주가 나태현의 손에서 좋지 않은 날을 보낸다는 것을 알고 나니 고은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나태현 씨가 희주를
진유경은 억울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은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고은영을 보는 진유경의 눈은 차가운 한기만 서려 있었다.거의 살기에 가까웠다.결국 두 사람은 진청아를 따라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은영과 배준우만 남았을 때, 고은영이 물었다.“두 사람...”모르는 거 아닌가?고은영의 말투에서 불친절함이 묻어났다.배준우는 삐진 고은영을 보면서 고은영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뭐라고 생각하는데.”“여기까지 찾아왔잖아요.”고은영이 귀엽게 투정 부리듯 얘기했다.진유경의 행동을 생각하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지금 상황에서 내가 진유경이랑 바람이라도 피울 것 같아?”“...”만약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그럼 왜 찾아온 거예요? 각막은 또 무슨 얘기에요?”고은영은 그제야 발견했다. 본인은 배준우 관련한 많은 일들을 모른다고 말이다.“전에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았어. 그리고 요양원에서 꽤 착한 간호인을 만났지. 그 간호인이 바로 진유경이야.”“진유경이 간호인을 한다고요?”고은영이 놀라서 물었다.상상할 수 없었다.진씨 가문 사람들이 얼마나 진유경을 아끼는데, 진유경 더러 환자를 간호하라고 했다니 말이다.배준우도 어리둥절해 했다.“학교에 있을 때 알바처럼 한 거 아닐까?”해외의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은영은 여전히 뾰로통해서 물었다.“그때는 착했나 봐요? 좋았어요?”“몰라. 안 보였으니까.”진유경이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배준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했다.사실 잘 생각해보면 진유경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진작 배준우를 찾아왔을 테니까 말이다.배준우는 현명한 사람이라 상대방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럼 왜 찾아온 거래요?”“내가 진유경을 책임져줬으면 하더라고.”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이렇게 뻔뻔할
김영희와 진유경은 고은영의 태도에 화가 적잖이 났다.진유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억울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 배준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좋지 않은 표정으로 진유경을 바라보았다.김영희도 배준우를 보면서 호통을 쳤다.“배씨 가문의 남자들은 다 이렇게 배은망덕한 거야?”“...”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배준우를 돌아보았다.“이게 무슨 말이에요?”설마 배준우와 진유경 사이에 고은영이 모르는 일이 있다는 건가?배준우가 뭐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김영희가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넌 모르겠지만 준우와 유경이는...”“그만 해요.”김영희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배준우가 소리를 질렀다.김영희는 그런 배준우를 쳐다보았다.배준우는 굳은 표정으로 딱딱하게 얘기했다.“진유경의 일은 도와줄 수 없습니다.”“...”“...”배준우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멍하니 배준우를 바라보았다.진유경은 겁을 먹은 듯 뒤로 물러나더니 이내 온몸에 힘이 빠져서 쓰러졌다.“너... 너 진짜...”김영희가 중얼거렸다.“그저 각막을 나한테 줄 뻔한 거잖아요. 결국 받지도 않은 걸 갖고 뭘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그래도 너를 한동안 보살펴 줬잖아!”김영희가 조급해하면서 얘기했다.그동안 진씨 가문에는 많은 일이 생겼다. 진정훈은 정말 그들의 일에 손을 대지 않았다. 진씨 가문은 이제 기본적인 생활도 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김영희는 나이가 많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은영도 진성택을 위해 적합성 검사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이제 진성택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그러다가 김영희는 진유경이 해외에서 일하던 사진을 주목했다.그리고 진유경이 보살펴주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배준우였다.확인해 본 결과 배준우는 각막 수술을 했었다. 그리고 요양원에 있던 때 진유경이 그를 보살펴주게 되었다.그래서 두 사람은 배준우의 손을 빌리러 왔다. 김영희는 진유경을 배준우에게 시집보내고 싶었다.만약 배준우가 진유경을 품어준다면, 진유경은 남은 생을 편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곧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이면 정확한 위치를 보내줄 수 있다고 합니다.”량천옥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얼른 알아봐. 나 더는 못 참겠으니까.”량천옥의 말투는 꽤 담담하게 들렸다.하지만 그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감정을 잃어버린 것이었다.고희주가 나태현에게 잡혀있지만 않았다면 량천옥은 당장 회사로 달려가 나태현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생각이었다.정록담은 짧게 대답하고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얘기하려다가 결국 참았다.전화를 끊은 후 량천옥은 차가운 벽에 기대어 서 있다가 스르륵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그곳에 멍하니 앉아있었다.10여 분 후, 량천옥은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고은지는 이미 잠에 들었다. 량천옥은 고은지가 점점 살이 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침대 맡에 앉은 량천옥은 나태현이 고은지를 괴롭히던 것을 떠올리고 다시 가슴이 아파서 끙끙 앓았다.눈물로 시야가 흐려졌고 입술 사이로 자꾸만 울먹임이 흘러나왔다.떨리는 손으로 고은지의 볼을 만지려다가 고은지를 깨울까 봐 결국 손을 거뒀다.고은지는 정말 마음이 약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하지만 나태현 앞에서 마음 약해질 필요는 없다.나태현은 그런 배려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 말이다....고은영은 정설호를 보고 나온 다음 동영 그룹으로 갔다.고은영을 사모님으로 인정하지 않던 그 사람들은 이제는 고은영을 보고 굽신거렸다.물론 고은영을 배준우와 같은 급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배준우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도 출근할 때마다 꼭 같이 다니니까 말이다.진청아가 고은영을 보고 다가가서 인사했다.“안녕하십니까, 사모님. 김영희 어르신과 진유경 씨도 도착하셨습니다.”사건의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진청아는 진유경에게 존칭을 쓰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은 표정이 확 굳었다.“두 사람이 여길 왜...”직감이 좋지 않았다.진청아는 고개를 저었다.“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배 대표님 사무실에 계십니다.”
고은지가 자기 딸이라는 걸 안 후, 량천옥은 고은지 앞에서 체통을 지키려고 애썼다.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고은지 앞에서 화를 낸 것이었다.고은지는 묵묵히 그런 량천옥을 바라보았다.그 침묵에 량천옥은 마음이 아팠다.이렇게 된 것도... 고은지가 원하던 건 아닐 것이다.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스스로를 놔버린 것이다.량천옥은 고은영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에 마음이 아팠다.게다가 자기한테 도움을 청하지도 않으니 말이다.이건 다 어릴 때 성장 환경 때문이다. 고은지는 어려서부터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해결하려 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도 고은지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하지만 그 모습에 량천옥은 가슴이 아팠다.“미안해, 너 때문에 화난 건 아니야.”량천옥은 절대로 고은지에게 화를 낼 수가 없을 것이다.고은지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은지가 이런 성격이 된 건... 량천옥 때문이니까.량천옥은 고은지에게 엄마로서의 사랑을 주지 못했다. 고은지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그래서 고은지는 이미 혼자가 편한 사람이 된 것이다.고은지는 고개를 돌려 량천옥을 쳐다보았다. 고은지가 뭐라고 하려고 할 때 량천옥의 핸드폰이 울렸다.확인해보니 정록담이 벌써 영상을 보냈다.그건 고은지가 나태현의 사무실에 있는 모습이었다.량천옥은 저도 모르게 고은지의 눈치를 보고 결국 밖으로 나갔다.고은지 병실의 문을 닫고 병원 복도의 끝에 다다른 량천옥은 그제야 영상을 클릭했다.영상은 오디오까지 들어있었다.나태현이 먼저 얘기했다.“네 엄마 말이야, 지신혜의 다리를 부숴버리고 지신혜 집안까지 망치다니. 너무한 것 아니야? 게다가 남풍 프로젝트도 네 엄마가 한 거라던데... 네 엄마가 어떤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량천옥은 입을 틀어막고 놀란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보았다.량천옥 때문에, 나태현이 고은지를 괴롭힌 것이다.어젯밤 지신혜의 아버지가 검찰에 불려가서 고은지를 괴롭힌 것이다.영상 속의
량천옥은 텅 빈 손을 보면서 마음이 공허해지는 것 같았다.“은지야.”“아무 일도 아니에요.”“아무 일도 아니긴! 네가 왜 갑자기 다친 거야! 게다가 골절이라니!”사무실 안에서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골절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게다가 고은지가 신은 하이힐은 너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발목은 삔다고 해도 골절이 될 수 없었다.고은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량천옥은 마음이 급해졌다.“제발 말 좀 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나태현 때문이지? 나태현이 널 이렇게 만든 거지!”량천옥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량천옥이 생각했을 때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나태현뿐이었다.그래서 량천옥은 예전부터 고은지와 나태현이 엮이지 않기를 바랐다.나씨 가문의 사람은 량천옥이 봐 온 가장 파렴치한 사람들이다.량천옥이 화난 모습을 보면서 고은영은 약간 마음이 풀어졌다.어찌 되었든, 고은지가 무슨 일을 당하든 량천옥은 고은지의 편을 들어줄 거니까 말이다.고은영은 사과를 깎아 량천옥에게 주었다.“언니도 좀 먹어.”고은영이 가볍게 얘기했다.량천옥은 그제야 병실에 고은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량천옥은 고은영이 건네주는 사과를 받으며 감사하다는 말만 했다.량천옥은 본인이 죽도록 미웠다. 자기 딸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으니까 말이다.고은영이 일어나서 얘기했다.“간호인을 불렀으니까 전 먼저 갈게요.”“그래.”량천옥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고은지를 슥 쳐다보고 인사를 한 후 바로 떠나갔다.병실에 남은 것은 고은지와 량천옥뿐이었다. 량천옥이 다시 고은지의 손을 잡고 물었다.“은지야, 제발 알려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물어보지 말아요.”그 대답에 량천옥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태현 때문이라는 생각이 더욱 깊숙이 박혔다.‘나태현...’량천옥은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나태현이 널 때린 거지, 그렇지?”“아니에요!”“감춰줄 필요 없어. 그 자식은 그저 희주의 아빠일 뿐, 그것만 빼면
나태현의 질문에 이지훈은 미간을 팍 찌푸리고 대답했다.“정말 아닙니다.”이지훈의 대답은 아주 강경했다.나태현이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이지훈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나태현은 그제야 이지훈의 대답을 약간 믿을 수 있었다.이지훈은 그저 고은지를 동정하는 것이다.가정 교육을 그렇게 받아서인지, 이지훈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했다.아무리 강한 여성들이 있다고 해도 타고나는 것들은 바꿀 수 없는 게 많으니까 말이다.나태현이 물었다.“그러면 도대체 이유가 뭐지?”이지훈이 고은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본 나태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지훈을 쳐다보았다.이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나태현의 시선을 마주 보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전 여전히 천락그룹을 강성 제일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천락 그룹의 대표님도 여자를 울리는 사람이 아니겠죠.”여자를 울리는 남자는 쓰레기다. 이지훈은 그렇게 생각했다.아무리 나태현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도 이지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나태훈은 이지훈의 이유를 듣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여자? 아~”“...”“여자... 그래, 그래도 여자는 사람이잖아?”“...”이지훈은 본인의 귀를 의심할 뻔했다.고은지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가? 이지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얘기했다.“나 대표님, 고은지 씨는 나 대표님의 아이를 낳은 여자입니다.”그런 고은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니. 이지훈은 나태현의 인성을 의심해볼 정도였다.나태현과 오랫동안 같이 있다가는 사상이 비뚤어질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가운 눈으로 이지훈을 보면서 웃었다.“사람을 낳을 수 있는 건 오직 사람뿐이야.”그 말을 들은 이지훈은 완전히 굳어버렸다.이지훈은 그제야 알았다.이 말을 고은지를 향한 말이 아니라 량천옥을 향한 말이라는 걸.결국 고은지가 이 모든 일을 당한 것이 다 량천옥 때문이라는 거다.그러자 이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태현과 량천옥 사이의 일을 모르고 있으니 평가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고은지의 일
입사 2년 차 고은영은 동영그룹 비서실 직원으로서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거대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잡고 살짝 뒤집었다. 알몸 상태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남자의 넥타이를 잡고 방탕한 여자처럼 유혹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아직 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헉!”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장면이 꿈이 아니라니! 어떻게 직속 상사를 상대로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거지?배준우, 동영그룹 대표이자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너무도 큰 충격에 고은영은 자신도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재빨리 일어나서 옷부터 입었다.그리고 배준우가 깨기 전에 이 끔찍한 범죄현장에서 도망쳤다.떨리는 다리로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써 어젯밤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그런데 화장 중이던 안지영이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어제 대표님 방까지 모셔다드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전화해도 안 받던데 어떻게 된 거야?”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말까지 더듬었다.“나? 바람 좀 쐬고 좀 늦게 돌아왔는데 너 자고 있길래 조용히 들어왔어. 아침에 대표님 호출이 있어서 나갔다 이제 들어온 거야!”조금 긴장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대답이었다.대표실 직속 비서로서 수시로 호출을 받는 일도 잦았고 지금은 출장 중이라 밤에 바람 좀 쐰다고 나갔다 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안지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화장에 집중했다.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가서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서 대충 아침을 먹고 회의실로 바로 직행했다.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고은영은 평소의 진지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돌아왔다.가방에서 핸드폰 진동음이 들리고 발신자에 찍힌 “대표님”이라는 글자를 확인했을 때, 그녀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지금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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