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시골처녀 고은영, 덜렁대는 성격에 겁이 많아서 상사가 조금만 인상을 써도 울먹이는 겁쟁이. 강성 최고의 권력자 배준우, 그는 신이 내린 외모를 가졌지만 잔인하고 차가운 성격 탓에 여자들이 감히 다가가지 못하는 철벽남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술 취한 배준우의 방에 간 크게 침입해서 그의 순결을 앗아간 여자가 나타났다! 그가 그 여자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때, 그의 직속 비서는 어쩐 일인지 점점 몸이 풍만해지고 있었다. 배준우가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 "고은영, 그날 밤 그 여자 너야?" 고은영은 그의 험악한 표정에 온몸을 웅크리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더 보기하지만 이제는 모두 엎어져 버린 물이었다.“은영아, 제발... 나랑 약속해 줘. 은지한테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겠다고. 나태현의 일은 내가 처리할게.”량천옥은 고은지와 나태현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손을 잡았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나태현이 왜 고은지와 손을 잡은 것인지는 잘 알았다.몇 년이 지났지만 이 사건은 결국 밝혀졌다. 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량천옥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래요. 알겠어요.”고은영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한편으로는 고은지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량천옥이 계속해서 얘기했다.“네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아.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 테니까 말이야.”이미 난장판이 된 와중에 량천옥이 그런 말을 해봤자 고은영은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고은영은 고은지와 량천옥을 존중해야 했다.량천옥이 고은지에게 량천옥의 신분을 알려주지 말라고 했으니 고은영은 말하지 않을 셈이었다.“그럼 잘 생각해 보세요. 언니는 이제 성인이에요. 무슨 짓을 해서 당신을 다치게 만들지도 몰라요.”“그건 인과응보야. 내 업보야! 난 그저 은지가 우리 둘 사이를 몰랐으면 좋겠어.”량천옥이 고통스러워하면서 얘기했다.량천옥은 고은지가 이 사실을 영원히 몰랐으면 한다.물론 고은지가 본인을 ‘엄마’라고 불러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하지만 량천옥은 낯이 두꺼운 사람이 아니었다. 고은지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어떻게 엄마라는 호칭을 바라겠는가.고은지가 이 사실을 알고 아파하게 할 바에는 차라리 모르게 하는 것이 나았다. 량천옥을 향한 복수도 받아들일 것이다. 고은지의 복수는 당연하니까 말이다.고은영은 량천옥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더니 얘기했다.“그래요. 알겠어요.”고은영은 량천옥이 이 일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량천옥이 과연 나태현이 고은지를 이용하는 것을 참을 수 있을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고은영은 위험을 감지했다. 량천옥은 가끔 미친 사람 같을 때가 있었다.이번에도 고은지를
고은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은지가 어떤 마음으로 나태현과 거래를 한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고은지는 그저 고희주가 깨어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고희주를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하려는 것이다.그러니 고은지의 행동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다만 이 모든 것이 성공하고 나서 고은지가 후회하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고은영은 고은지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다시 선택을 하길 바랐다.“나 출근해야 해. 저녁에 다시 봐.”“언니, 중요한 일이 두 개 있는데 꼭 지금 들어야 해.”“알고 싶지 않아!”“...”고은지의 말투는 아주 딱딱했다.지금 고은지에게 있어서 고희주가 깨어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고은영이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고은지가 입을 열었다.“나태현의 사람이 희주를 데려가게 내버려둬. 내가 허락한 일이니까.”“희주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아?”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만 흘렀다.고은영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엄마로서, 희주의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은 거야?”이 두 사람은 고은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그러니 알고 싶지 않을 수가 없다.전화기 너머의 고은지는 회사 탕비실에 있었다.고은영이 희주의 아빠를 언급하자 고은지는 핸드폰을 꼭 쥔 채 그 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이윽고 눈을 꼭 감고 얘기했다.“관심 없어!”“아니, 언니는 꼭 알아야 해. 언니와 나태현 씨의 거래가 이 두 사람과 관련이 있거든.”조급해진 고은영이 빠르게 말했다.관심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알아야 하는 사실이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고은지는 심호흡을 한 후 물었다.“어디서 볼래?”“내가 찾아갈게.”고은영이 급하게 말했다.고은영은 고은지에게서 일어나는 일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 잠시 한눈판 사이에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 말이다.오늘 배준우와 나태현이 얘기를 나눈 후, 고은영은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고은지에게 사실을 알려줄 때다.“그래.”전화를
나태현은 고은영을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뒤에 서 있던 배준우가 얘기했다.“이따가 전문가들이 와서 아이를 데려갈 거예요. 고은지는 무조건 순응하게 될 거예요.”아이를 데려간다는 말에 고은영은 멍해져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가 또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먼저 전화를 걸어봐.”말을 마친 나태현은 자리를 떴다.고은영이 얼른 배준우 옆으로 와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나태현 씨가 희주를 데려가겠대요?”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래.”“하지만 지신혜 씨랑...”곧 결혼할 사람이 희주를 데려간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게다가 고은지도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았다.배준우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보아하니 서재에서 나태현과 꽤 복잡한 얘기를 나눈 모양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지금 당장 고은지를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아.”“일이 그렇게 복잡해요?”“량천옥의 일을 고은지에게 알려줘.”배준우가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고은영의 마음은 무거워졌다.명문가의 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고은영이지만 심상치 않은 표정의 배준우를 보면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나태현이 희주 아빠라는 것도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모든 것을 알려주라는 뜻이다.“전부 다 알려주라고요?”“나태현과 고은지의 거래는 바로 량천옥에게 복수라는 거야.”그러니 지금 고은지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고은지는 지금 량천옥을 죽도록 미워하고 있으니까.하지만 량천옥이 한 짓은 다 고은영에게 복수하려고 한 짓이었다. 그때의 량천옥은 자기의 이익에 눈이 멀어 하면 안 될 짓을 저질렀다.고은영은 나태현과 고은지 사이의 거래를 듣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나태현 씨가 량천옥 씨에게 복수해 준다는 말이에요?”“응.”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머리가 멍해졌다.고은지가 량천옥을 증오한 나머지 나태현과 거래를 하고 량천옥에게 복수하려 한다면 고은영은 이해했을
배준우가 다시 침대에서 일어난 시각은 아홉 시 반이었다.아침 일찍 정신을 차렸던 고은영은 배준우 때문에 체력을 소진하여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을 안아 들어 품에 안고 물었다.“나랑 같이 회사에 가볼래?”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쌩쌩했다.하루만 떨어져 있어도 안 되니까 말이다.고은영이 투정하듯 얘기했다.“안 갈래요. 흥.”고은영은 정말 피곤했다. 회사에 가면 배준우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져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 고은영은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안돼, 무조건 가야 해.”“싫은데...”“내가 옷 갈아입혀 줄게.”고은영의 거절은 거절한 채, 배준우는 고은영을 도와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배준우가 옷을 갈아입혀 줄 때 고은영은 입을 비죽 내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으면서 말했다.“많이 힘들어?”“정말 엄청 힘들어요.”“어제 그렇게 오래 잤으면서.”“오늘 몇 시간 동안이나 했는지 생각해 봐요!”고은영은 약간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배준우는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나 고은영을 괴롭혔다. 그러니 체력이 닳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삐진 고은영의 모습을 보면서 배준우는 가볍게 웃었다.두 사람이 내려가고 있을 때, 주방의 고용인은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다. 고은지가 아침을 먹고 떠난 것 같았다.고은영이 집사를 보면서 물었다.“언니는 이미 나간 거예요?”집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네. 고은지 씨는 오늘부터 출근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그리고?”“나태현 씨가 이따가 오겠다고 하셨습니다.”고은지가 천락 그룹에 출근하러 간 상황에 나태현이 란완 리조트를 찾아온다고?고은영과 배준우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두 사람은 아직도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서 출근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그런데 나태현이...“무슨 일인지 몰라요?”고은영이 물었다.“일이 너무 많아서 아직 물어보지 못했어. 이따가
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먼저 주무십쇼. 도련님 일로 걱정하지 마세요.”“시간이 지나서 좀 얌전해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야.”나태웅을 말하는 것이었다.나태범이 가장 걱정하는 건 바로 나태웅이었다. 얌전히 있을 때는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뿌듯했는데,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서 나태범까지 골치 아플 정도니까 말이다....소란스러웠던 밤이 지났다.나태웅은 나태범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자꾸만 자리를 뜨려하는 나태웅을 보며 나태범의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그리고 억지로 거실에 앉아있게 했다....고은영은 어젯밤 킹덤 타운에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지영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일어났어? 어제 소란이 있었다며? 좀 더 자지 그랬어.”고은영이 물었다.안지영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잠결에 깨난 것 같지는 않았다. 일찍 일어난 게 분명하다.“나태웅 때문에 화가 나서 잘 수가 있어야지!”나태웅 때문에 일상이 방해받은 기분이었다.나태웅이 차라리 제 발로 걸어서 감옥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다면 안지영도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말이다.“어젯밤 크게 싸운 거야?”“배준우 씨가 안 알려줬어?”“그냥 싸웠다고만 말하던데...”너무 졸려서 다른 건 제대로 듣지 못했다.하지만 싸웠다는 것을 들었기에 깨자마자 안지영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배준우를 떠올린 안지영은 또 화가 나서 얘기했다.“네 남편 완전 어이없어!”“응?”“나태웅을 도와주러 왔단 말이야! 선명 씨랑도 친구면서, 결국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는 거잖아!”안지영이 화가 나서 소리 질렀다.어제 배준우가 오지 않았다면 일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배준우는 나태웅의 편만 들어주지 않았던가.“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니라,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거야.”안지영은 고은영의 말을 듣고 혀를 찼다.“약한 사람이라고? 동정심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그럼 나태웅이 뭐 약한
가장 화가 났던 건 나태범의 태도였다.아버지로서 아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주지는 못할지언정, 참여하는 모습이라니.나태범이 나태웅을 많이 아낀다는 것은 잘 알지만 선을 넘는 모습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화가 난 나태현은 바로 자리를 떠나가 버렸다.결국 나태웅과 나태범만 자리에 남았다. 나태범은 화가 나서 앞에 놓인 찻잔을 던져버렸다.“이 쓸모없는 놈!”나태웅은 날아오는 찻잔을 피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찻물이 뜨겁지 않았다는 것이다. 찻잔은 그대로 굴러 나태웅의 품에 떨어졌다.나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태범이 이어서 얘기했다.“내가 얘기했지. 안지영은 결국 돌아올 거라고!”“더 늦으면 안 됩니다!”나태웅이 결국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나태범은 화가 치솟아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그렇다고 킹덤 타운에 가?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실책이야.”“장선명도 우리 가문에서 사람을 때린 적이 있잖습니까.”그 말인즉슨, 장선명도 한 짓을 나태웅이 못할 리 없다는 뜻이었다.“그거랑은 다르지. 장선명은 곧 약혼녀를 잃을 거야. 그러니 우리가 너그럽게 이해해 줘야지.”“...”‘너그럽다는 단어를 이런 일에 쓰는 게 맞나?’나태범은 아주 당연한 듯이 얘기했다. 나태웅은 호흡이 가빠져 나태범을 쳐다보았다.나태범은 심호흡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됐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진정 좀 하고. 또다시 이상한 수작 부렸다가는 안지영이 우리 가문에 시집오지 못하게 만들 테니까 말이다!”당근을 줬으면 채찍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아무리 사랑하는 막내아들이라고 해도 혼낼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야 했다.“어르신.”집사가 다가와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태범을 부축해 주었다.“저 자식은 오늘 저 의자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해.”“...”“...”의자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건지 벌을 서라는 건지 모를 말이었다.하지만 벌이라고 해도 꽤 나은 편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사당에 가서 온종일 꿇어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그동
“진이훈!”“네, 대표님.”“거기 서서 뭐 해! 얼른 돕지 않고!”나태웅이 고함을 질렀다.겨우 한숨을 돌렸던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의 말을 듣고 온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나도 같이 죽자는 건가... 아무리 상사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진이훈은 죽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은 결국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새벽 두 시. 나태범은 실크 잠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린 채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단잠을 방해한 녀석이 썩 곱게 보이지는 않았다.나태범은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야?”동영 그룹에서 사람이 되어 온 줄 알았더니만, 지금 보니 사람이 덜 된 것이 분ㅁ여하다.16살 때보다 더 세게 반항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때도 나태웅을 진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다.나태범의 사람들은 나태웅을 끌고 들어와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의자에 앉는 순간 나태웅은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나태범은 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더더욱 화가 났다.“내가 오늘 너한테 한 말을 다 잊은 거야?”“안지영은 지금 킹덤 타운에 있어요. 방법을 대서 거기서 나오게 해야해요.”“...”“...”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보듯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뿐만이 아니었다.나태웅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나태웅이 몇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음을 잘 알아낼 수 있었다.동영 그룹에 그렇게 오래 있으면서도 변한 것 하나 없었다.“너 이 자식, 안지영이 킹덤 타운에 산다고 해서 킹덤 타운에 쳐들어가 그런 짓을 벌여?”그렇게 말하면서도 나태범은 가슴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나태웅이 드디어 조바심을 내니까 말이다.“이유가 부족한가요?”“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아버지!”옆에 있던 나태현이 언성을 높였다.나태범과 나태현의 시선이 부딪쳤다. 나태현의 눈빛은 차갑고 진지했고 나태범의 시선은 어쩔 수 없다는 것 같았다.나태현은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프로젝트 두
나태웅이 킹덤 타운으로 돌아가려 하자 나태현은 화가 나서 나태웅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너 이 새끼 그만할 때도 됐잖아!”‘어쩌다가 이런 놈을 친동생으로 둬서...’“난 킹덤 타운에 갈 거야. 지금 당장! 얼른 운전해!”나태현은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가빠졌다.앞에 앉아 있던 운전기사는 나태웅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백미러를 통해 나태현을 쳐다보았다.나태현은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결정을 내렸다.“그래, 가버려!”그러고는 차에서 내려 문을 쾅 닫았다.차에는 나태웅과 운전기사만이 남았다.나태웅이 차갑게 말했다.“운전해.”운전기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겁에 질려 몸을 벌벌 떨었다.운전기사는 나태웅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오늘 밤 일 때문에 나태현을 데리고 킹덤 타운에 갔을 때 두 사람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나태웅과 장선명 다 이성을 잃고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지금 다시 킹덤 타운에 돌아가면 아까보다 더 심하게 싸울 것이다.게다가 나태웅이 계속 부르는 그 안지영이라는 사람도 장선명의 편을 드는 것 같던데.어느새 진이훈의 차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진이훈을 본 운전기사는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기뻐했다. 나태현의 명령도 잊은 채 바로 차에서 내려 도망쳤다.차에서 내린 진이훈은 운전기사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했다.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태웅에게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오늘은 여기서 묵으실 겁니까?”진이훈은 나태웅이 이곳에서 묵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었다.지금 나태웅의 상태를 보아하니 진이훈이 운전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게다가 화가 잔뜩 난 상태니 곱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나태웅은 천천히 눈을 떴다.어두운 공간 속에서 나태웅의 두 눈은 위험하게 반짝였다. 밖에 서 있던 진이훈은 싸늘한 눈동자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나태웅이 차갑게 얘기했다.“킹덤 타운으로 간다.”“...”그 말을 들
역시나 사업가의 딸이라 그런지 이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안지영은 나태웅이 전에 안지영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잊은 모양이다.나태웅이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다시 또 이곳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난장판은 두 개의 프로젝트 덕분에 끝이 났다.배준우가 떠난 후 장선명은 안지영을 품에 꽉 안은채 물었다.“어떻게 프로젝트 두 개에 본인을 팔 수 있어?”“사실 백서면 충분했는데, 덕분에 서탑까지 가져오게 됐네요.”안지영이 애교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그래서 나태현이 처음에 서탑을 얘기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지만 백서를 언급하자 바로 허락한 것이다.백서의 프로젝트는 안열이 자주 얘기하던 것이다. 안지영은 백서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었다.장선명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네가 승낙하지 않았으면 나태현이 더 얹어줬을 수도 있잖아.”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재력을 과시하길 좋아한다.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이니 이 기회에 더 많은 돈을 뜯어낼 수도 있었는데...장선명의 불평을 들으면서 안지영은 이마를 짚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우리가 더 승낙하지 않았다면 그냥 나태웅을 버리고 갔을걸요?”“...”장선명은 나태현이 그런 냉혈한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안지영은 나씨 가문의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다. 나태현이라면 자기 동생을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장선명 눈가에 생긴 상처를 보면서 안지영은 속으로 나태웅에게 욕설을 가득 퍼부었다.‘정말 미친놈 아니야?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떄리다니.’...나태웅은 나태현에게 끌려 나가서 차에 앉았다.그러면서도 화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런 나태웅을 보면서 나태현은 동생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였다.나씨 가문에 도착한 후 나태현이 입을 열었다.“직접 가서 회장님께 얘기 드려.”두 프로젝트는 나태웅 때문에 넘기게 된 것이다.사실 나태현은 킹덤 타운에 가기
입사 2년 차 고은영은 동영그룹 비서실 직원으로서 매사에 신중하고 성실하게 일해왔다.그런데 어젯밤, 그녀는 거대한 사고를 치고 말았다.고은영은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잡고 살짝 뒤집었다. 알몸 상태를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남자의 넥타이를 잡고 방탕한 여자처럼 유혹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아직 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헉!”얕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장면이 꿈이 아니라니! 어떻게 직속 상사를 상대로 그런 미친 짓을 벌인 거지?배준우, 동영그룹 대표이자 그녀의 직속 상사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너무도 큰 충격에 고은영은 자신도 순결을 잃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재빨리 일어나서 옷부터 입었다.그리고 배준우가 깨기 전에 이 끔찍한 범죄현장에서 도망쳤다.떨리는 다리로 겨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애써 어젯밤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그런데 화장 중이던 안지영이 그녀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어제 대표님 방까지 모셔다드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전화해도 안 받던데 어떻게 된 거야?”고은영은 가슴이 철렁해서 말까지 더듬었다.“나? 바람 좀 쐬고 좀 늦게 돌아왔는데 너 자고 있길래 조용히 들어왔어. 아침에 대표님 호출이 있어서 나갔다 이제 들어온 거야!”조금 긴장했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대답이었다.대표실 직속 비서로서 수시로 호출을 받는 일도 잦았고 지금은 출장 중이라 밤에 바람 좀 쐰다고 나갔다 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안지영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화장에 집중했다.무사히 넘어갔다는 생각에 고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가서 씻고 출근준비를 했다.두 사람은 식당으로 가서 대충 아침을 먹고 회의실로 바로 직행했다.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고은영은 평소의 진지하고 성실한 직원으로 돌아왔다.가방에서 핸드폰 진동음이 들리고 발신자에 찍힌 “대표님”이라는 글자를 확인했을 때, 그녀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지금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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