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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혼기

말로는 결혼 날짜를 정하자고 했지만 권하윤은 자기를 부른 건 그저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곧 저녁 시간이라서 아마 그곳에 남아 저녁 식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먼저 민도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녀의 차는 이미 수리되었지만 차에 오른 순간 또다시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운전하고 싶지 않았다.

이에 그녀는 택시를 타고 민씨 저택까지 이동했다.

그녀와 강수연만 자리에 나올 줄 알았지만 본채 밖에 민승현도 서 있었다.

물론 잠시 멈칫했지만 권하윤은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앞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민승현은 많이 여위었다.

준수한 얼굴이 더 날렵해졌고 옷도 패션 브랜드 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옷이 아니라 멀끔한 정장이라서 한층 더 성숙해진 분위기를 풍겼다.

권하윤을 보고도 민승현은 버럭 화를 내며 따지지 않았고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권하윤이 생각했던 것처럼 민상철은 이미 날짜를 정해놓고 그들에게 통보한 거였다.

“이번 주 일요일이 좋더구나. 청첩장은 이미 돌렸으니 며칠 동안 할 일이 많을 거다. 결혼식 전까지 둘이 함께 여기서 지내거라.”

너무 갑작스러운 요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번쩍 든 찰나, 권하윤은 민상철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안되는 이유라도 있느냐?”

생각해 보니 요 며칠 블랙썬에서 지냈던 일이 민상철의 귀에 들어가 일에 차질이 생길까 봐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그녀를 이곳에 붙잡아 두려는 모양이었다.

잠시 생각을 마친 그녀는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아닙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승현이 너는?”

민상철의 물음에도 한참 동안 들려오는 답이 없었다.

곁눈질로 확인하니 역시나 민승현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데다 민승현도 그녀와 자기 형님의 관계를 알고 있기에 이런 상황에서 권하윤과 결혼하라고 하는 건 그에게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권하윤은 당연히 민승현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한참 동안 침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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