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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여자 때문에 크게 싸우다

“어.”

한민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하려던 말을 삼키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은 왠지 뭔가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한민혁 씨…….”

이윽고 그는 자기의 이름에 몸을 흠칫 떨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저기, 하윤 씨, 먼저 먹고 있어요. 저 급한 일 때문에 잠깐 나가야 할 것 같아요.”

권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물기 어린 두 눈에 한민혁은 몸을 흠칫 떨었다. 이윽고 엉덩이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헐레벌떡 달려 나오더니 놀란 가슴을 내리 쓸었다.

‘휴, 권하윤 씨 정말 무섭네. 하마터면 설득당할 뻔했잖아.’

하지만 이런 일은 민도준의 의견을 물어야 했다.

-

민씨 저택.

다리를 꼰 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흘겨보는 민도준의 태도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민상철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너 때문에 과학기술단지가 지금 텅 비어있어. 이대로 칩 기술을 들이지 않는다면 문 닫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요?”

“그래서라고 물었어? 어쩜 그리 뻔뻔할 수가 있지?”

느긋하게 하품하며 묻는 민도준의 말에 민상철은 버럭 화를 냈다.

“비즈니스가 네가 하는 그 짓거리와 같은 줄 아느냐? 때리고 죽이고 하면 끝인 줄 알아? 비즈니스계의 전쟁은 그런 무력으로 하는 게 아니다. 강하게만 나간다면 누가 너를 위해 일하겠니?”

“할아버지의 훌륭한 아들이 있잖아요.”

민도준은 종이를 손가락으로 튕기더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의 태도에 민상철의 낯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네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일주일 내로 여전히 이 꼴이면 과학기술단지는 네 큰 숙부한테 맡길 거다.”

민도준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서류를 테이블 위에 툭 던져버렸다.

그것으로 일 얘기가 끝나자 장 집사가 차를 내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도준 도련님, 차 드세요.”

차가 입안으로 감겨 들어간 순간 약 2초간 머금다가 삼킨 민도준은 이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어쩐지 영감탱이가 우리 제수씨의 결혼을 서두르신다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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