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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민도준이 병을 고쳐주다

이미 수없이 받은 질문임에도 고은지는 여전히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잘 대해줘요. 오늘도 함께 드레스 고르러 갔었고요.”

드레스라는 소리에 고창호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지난 2년 간 고생한 보람은 있네. 이제 제대로 된 짝을 만났구나. 넌 내 손녀다. 내 곁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잖니. 네가 잘 해내고 있다니 내가 다 기쁘구나.”

“네.”

“할아버지가 걱정해 주시는데 그 태도는 뭐니?”

그녀의 무뚝뚝한 태도에 언짢았는지 옆에 있던 고진태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하지만 고창호는 오히려 괜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이런 태도가 오히려 더 좋은 거지. 됐다. 나도 피곤하구나. 얼른 가서 주말에 있을 약혼 준비나 제대로 해 둬.”

그 말에 고은지는 상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이윽고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달빛을 밟으며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

오늘 밤의 달빛은 유독 아름다웠지만 아쉽게도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한 권하윤은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욕실로 들어가 하루 종일 누적된 피곤함을 물로 씻어냈다.

하지만 식사할 때 고창호와 민도준이 대치하던 장면을 떠올리자 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그녀는 일전에 고씨 가문이 칩 생산 기술로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민도준의 부모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고씨 가문도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은 아니네.’

낮게 중얼거리며 머리를 닦던 권하윤은 거울 속 자기의 쇄골에 나 있는 빨간 자국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가운을 당겨 자국을 가렸다.

그녀와 민도준은 스튜디오에서 헤어지고 난 뒤 계속 연락하지 않았다. 더욱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서로 말을 섞지 않았다.

물론 공씨 가문 가주가 오니 제대로 준비하라던 그의 말이 자꾸만 떠올라 걱정스러웠지만 연락하지 않은 덕에 그 대화를 피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위로를 하며 밖으로 나온 그때, 갑자기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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