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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방어선이 무너지다

연회가 후반부에 이르자 여자애는 당연하다는 듯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없는 사람 취급을 하기까지 했다.

떠들썩한 연회장에서 그녀는 이방인이라도 되는 듯 따돌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물 만난 고개처럼 누비고 다니는 동기들과 달리 그녀는 관대처럼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사람들의 무시를 당했다.

더욱이 그녀가 오늘 보여준 행동들은 앞으로 그녀의 입학 자격까지 박탈하고 인생까지 망칠지도 몰랐다.

이윽고 그녀는 아까 자기가 너무 심했나 하면서 스스로를 의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주최자의 태도로 정 대표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많은 사람 앞에서 그녀에게 노골적인 신체접촉을 해왔었다.

분명 상대가 잘못한 상황인데 모든 죄가 자기한테 씌워지자 여자애는 끝내 참지 못하고 얼굴을 손에 파묻은 채 눈물을 터뜨렸다.

그 시각, 연회장 한구석에 앉아 있던 권효은은 그녀의 변화를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고분고분해질 것 같네.”

“언니도 참 대단하네요.”

그 옆에서 여자애의 방어선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본 권하윤은 등골이 오싹해 났지만 최대한 언짢은 기색을 숨기며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던 그때, 여자애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목을 한껏 움츠리며 쭈뼛쭈뼛 권효은 앞에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일부러 파티를 망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아까는 제가…….”

“됐어. 내가 이미 너를 대신해 정 대표한테 사과 전화를 드렸으니 이따가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다시 모셔 와. 이번이 처음이니까 성적에는 넣지 않으마.”

권효은의 말은 사형선고를 받은 여자애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윽고 여자애는 감격의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 무조건 제대로 사과드릴게요.”

여자애는 치맛자락을 들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위층 휴게실로 올라갔다.

분명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고 있었지만 영혼은 점점 나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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