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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사돈지간의 만남

식탁 분위기는 한순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심지어 민도준 외에 그 누구도 웃지 못했다.

민씨 가문 사람들 앞이면 모를까, 고씨 가문 사람들도 있는 앞에서 그 가문의 어르신인 고창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행동은 그들에게 한없는 치욕을 안겨주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그 때문에 고씨 집안사람들 주위에는 칼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러던 그때, 아직 사회의 풍파를 겪어보지 못한 고선재는 할아버지가 모욕당하는 것에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우리 고씨 가문이 지금껏 민씨 가문과 수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과학기술 단지에 제공해 준 기술이 얼마나 많은지는 누구나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만 봐도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민도준은 매우 즐거운 모습이었다.

“기술을 제공했다고? 이봐요, 고선재 씨. 본인 가문의 역사에 대해 너무 모르네.”

“그게 무슨 뜻이죠?”

민도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창호를 힐끗 바라봤다.

“무슨 뜻이냐고? 고씨 가문의 칩 생산 기술과 발명들이 모두 우리 그 단명한 부모님한테서 훔친 거라고.”

“어디서 그런 되지도 않는 헛소리를! 그건 분명 내 아버지가…….”

“선제야.”

고창호는 얼른 고선재를 막아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 당시 우리 진태가 자네 부모님과 대학 동기인 데다 친우였던 건 맞네. 더욱이 파트너 관계이기도 했었으니 고씨 가문 칩 생산 기술에 두 사람의 공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 어찌 됐든 앞으로 같은 식구가 될 사이인데 네것 내것이 어디 있나? 우리 두 집안 것이지. 자, 상철 형님과 민 사장 자네한테 한잔 올리지.”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에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되살아났다.

하지만 민도준이 끝까지 잔을 들지 않는 바람에 허공에 떠 있는 고창호의 손이 조금 뻘쭘하게 됐다.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민상철은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민도준, 어르신이 술을 권하는데 잔도 안 들고 뭐 하는 거야?”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민도준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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