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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선물을 요구하다

“그래?”

민도준은 다정한 손길로 권하윤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해 줬다.

“그러면 뭘 하고 싶은데? 둘째 작은 사모님?”

“가당치도 않네요. 다섯째 작은 사모님도 할 자격이 없는데 둘째 작은 사모님이라니요.”

권하윤은 눈을 내리깔며 허망한 듯 입꼬리를 끄집어 올렸다.

그녀의 말에 민도준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모자라 이제 곧 권씨 가문과 함께 명예가 실추될 텐데. 안 그래? 하, 우리 제수씨 아주 자비가 없어.”

웃을 듯 말 듯 한 그의 목소리에 권하윤은 등골이 오싹해 났다.

하지만 권씨 가문 얘기는 자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중요한 건 도준 씨가 고은지 씨랑 약혼한다는 걸 이미 모든 사람이 다 안다는 거죠.”

“그렇네. 하마터면 그걸 잊을 뻔했군.”

민도준은 권하윤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했다.

“나 곧 약혼하는데 선물 같은 거 없어?”

“…… 뭘 원하는데요?”

두 상의 눈이 갑자기 마주쳤다.

분명 가까운 거리였지만 권하윤은 상대의 눈에서 그 어떤 정서도 읽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 속에 말려들어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자세하게 볼 엄두를 내지 못한 걸 수도 있었다.

밀려오는 압박감에 권하윤이 점차 무너지려고 할 때, 민도준이 갑자기 피식 웃었다.

“물건은 됐고 내 말 잘 들으면 선물 받은 거로 칠게.”

갑자기 다정해진 목소리에 권하윤은 일순 말을 잃어 한참을 침묵하다가 겨우 대답했다.

“알았어요.”

“착하네.”

민도준은 마치 고양이의 털을 매만지듯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손가락으로 빗질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머리에 살짝씩 가해지는 힘에 노곤노곤해졌는지 권하윤의 눈꺼풀이 닫히려고 할 때, 민도준이 갑자기 그녀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살거렸다.

“내 말 잘 듣겠다고 한 약속 잊지 마?”

낮게 깔려 농담인 듯 경고 같은 그의 목소리에 권하윤의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

너무 놀란 나머지 심장이 쿵쾅거리며 북을 쳤다.

이윽고 민도준이 뒤에서 끌어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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