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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제대로 놀아나다

권하윤의 물음에 민시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윤 씨, 제가 이번에 도준 오빠한테 완전히 놀아났어요.”

민도준과 공씨 가문 가주 간의 두서없는 대화를 떠올리자 권하윤은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뜻이에요?”

민시영은 낮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공아름이 돌아가자마자 도준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었거든요. 그리고 저한테 계약서 하나 내밀면서 할아버지를 설득해서 사인하게 하면 동림 부지를 민씨 가문에 넘기겠다고 했어요.”

그 말에 권하윤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어떤 계약서였나요?”

“상세한 건 말하기 곤란하지만 민씨 집안 사람들이 거의 도준 오빠를 위해 공짜로 일하는 거나 다름없는 계약이었어요.”

민시영은 난처한 듯 말을 이었다.

“저도 그 계약서를 보고 나서야 오빠가 처음부터 공씨 가문과 협력할 생각이 없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저 공씨 가문을 내세워 할아버지를 벼랑 끝까지 내몰아 자기 입맛대로 하려 했었던 거였어요.”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니 민시영은 당연히 목숨을 바쳐서라도 민도준을 위해 일해야 했을 테니까.

며칠을 바삐 움직이며 민도준과 함께 고도의 연기를 펼친 끗에 민상철은 겨우 동의했다.

민시영의 눈 밑에 난 검푸른 다크써클만 보더라도 그녀가 요즘 밤낮으로 얼마나 바삐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어찌어찌해서 그녀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했지만 남에게 끌려다니는 생활을 하는 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민시영은 지난 며칠을 회상하더니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윤 씨, 미안해요. 제가 판을 잘못 보는 바람에 하윤 씨 고생만 시켰네요.”

자초지종을 들은 권하윤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니까…… 민도준 씨는 시영 언니의 야망을 처음부터 꿰뚫고 있었고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런데도 그는 마치 총을 들고 있는 사냥꾼처럼 사냥감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걸 유유자적 지켜보다가 결국에는 이긴 사냥감을 자기의 개로 삼아 부려 먹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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