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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불쌍한 척

권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시선이 반 바퀴 빙 돌아 천장으로 향했다.

“도준 씨? 왜…… 왜 갑자기…….”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득 고개를 든 채 민도준을 빤히 바라봤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무시한 채 병실에서 나오는 간병인에게 말했다.

“의사 좀 불러 줘요.”

“네.”

이윽고 권하윤을 고스란히 침대에 내려놓더니 움직이려 하는 그녀를 누르면서 한 번 째려봤다.

“죽고 싶어?”

그의 한마디에 권하윤 입을 꾹 다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의사가 들어왔고 간병인이 그녀의 옷을 벗기는 순간 권하윤은 그제야 옷이 피에 흥건히 젖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조금 전 너무 급하게 달려 상처가 벌어진 듯했다.

권하윤은 민도준을 힐끗 바라봤다.

‘설마 이걸 보고 돌아왔나?’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흘러들었다. 홀가분해진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무거웠고 시원하면서 짜릿했다.

여의사는 붕대를 풀기 전 민도준을 힐끗 살피더니 꿈쩍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할 수 없이 동작을 이어갔다.

다행히 당처가 덧난 건 아니라서 의사는 권하윤의 상처를 간단히 소독하고는 새 붕대로 상처를 싸맸다.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의사는 떠나갔고 눈치 있는 간병인도 약을 가지러 간다는 핑계로 병실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모든 의료진이 빠져나가자 병실 안 공기는 또다시 조용해졌다.

무거운 공기에 당황한 권하윤은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민도준을 몰래 곁눈질하다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아니지, 이러면 안 되지.’

하지만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뭐라도 말해보려고 머리를 굴리는 순간 민도준이 담배를 눌러 끄고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에 침대에 앉아 있던 권하윤은 다시 잔뜩 얼어붙은 채 고개를 숙이고 숨을 죽였다.

그러던 그때 민도준은 담배 냄새가 잔뜩 묻은 커다란 손이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더니 자기의 눈을 피하느라 애쓰는 권하윤의 표정에 피식 웃었다.

“불쌍한 척하는 연기에도 넘어가 줬는데 아직도 이 모양이면 어쩌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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