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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다른 사람 같다

방 안.

민도준은 창가 앞에 선 채로 손가락 사이에 반쯤 탄 담배를 낀 채 눈을 가늘게 접고 생각에 잠겼다.

털어버리지도 않아 길게 붙어있는 재는 이미 오랫동안 방치되었다는 걸 설명해 주는 듯했다.

분명 대낮이었지만 차창 너머에는 어젯밤의 화면이 투영되었더니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빙글빙글 춤을 추면서 입가에 잔머리를 붙인 채 환하게 웃고 있던 여자의 모습이 다시 재생되었다.

지금껏 그의 앞에서 보여준 적 없는 그런 모습은 소탈하고도 매력적이었으며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에 몸을 빼앗긴 듯 낯설었다.

긴 손가락을 튕기자 위태롭게 붙어 있던 재가 후두둑 떨어졌고 입가에서 뱉어낸 희끄무레한 연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눈동자 앞에서 흩터졌다.

‘하, 재밌네.’

“똑똑똑-”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보아하니 진소혜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낸 모양이었다.

한참을 꾸물대던 진소혜는 여전히 그녀를 무시하는 민도준의 등만 바라보며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왔어?”

갑자기 적막을 깨는 목소리에 놀란 진소혜는 곧바로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울상을 지으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오빠.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하윤 언니가 기분이 꿀꿀해 보여서 기분 풀어주려고 했던 것뿐이야.”

민도준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철 들었네.”

칭찬 같지만 칭찬이 아닌 말에 진소혜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조용히 기다렸다.

“네가 남을 위해 걱정을 덜어주는 살가운 성격인 줄 몰라봤네. 그렇다면 유심칩 복구하는 시간을 보름으로 줄이는 게 어때?”

“보름?”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진소혜는 꼬리라도 밟힌 듯 발끈했다.

“그거 나 한 달 작업량이라고!”

“열흘.”

“열흘은 더 말이…….”

“일주일.”

반박은 오히려 명을 재촉하는 행동이라는 걸 파악한 진소혜는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제야 민도준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주일 동안 수고해.”

하지만 진소혜가 슬픔과 분노를 애써 가라앉히고 있을 때 민도준은 또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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