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71화 길들지 않다

권하윤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민도준이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 순간 정원의 풀내음과 민도준의 담배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그녀를 덮쳐오는 바람에 원래도 뒤죽박죽이던 머리가 점점 더 복잡했다.

이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쳤지만 몇 발짝 가지 못해 벽에 등이 부딪히고 말았다.

민도준은 한가로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느릿느릿 앞으로 걸어갔다.

닿일듯 말듯한 거리에 오히려 더 숨이 막힌 권하윤은 자기를 짓누르는 느낌을 애써 무시했다.

민도준은 그녀가 겁에 질렸다는 걸 알면서도 짓궂게 괴롭혔고 그녀의 허리 뒤쪽 벽에 손을 짚은 채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이윽고 그녀의 쇄골이 눈에 띌 정도로 바르르 떨리는 걸 보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랑 있으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위험한 것 같아 이제는 싫어졌어? 그래?”

그의 모든 게 너무 존재감이 큰 탓에 권하윤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나서야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저…… 그저…….”

하지만 한참을 우물대다가 말 한마디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하.”

곧이어 남자의 입매에서 터져 나온 웃음은 싸늘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다.

위험을 감지한 권하윤은 불안함에 고개를 들었고 다음 순간 그의 비아냥 섞인 눈빛과 마주치고 말았다.

“정말 길들지 않네.”

권하윤은 흠칫 몸을 떨면서 뭐라도 변명하고 싶었지만 민도준은 그녀의 말을 더 이상 들어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윽고 그녀를 안고 있던 뜨거운 품도 싸늘하게 식어갔다.

한 걸음 정도 거리를 둔 채 그녀를 바라보는 가늘게 접은 눈에는 언뜻 살기가 지나갔다.

오랫동안 그와 지내온 권하윤은 그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때문에 겁에 질린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마음속에 피어나던 따뜻한 감성마저 어느덧 흩어졌다.

그녀의 겁먹은 모습에 민도준은 더욱 조급해 났다. 이윽고 목덜미에 난 혈관이 펄떡펄떡 뛰더니 피비린내 나는 기억 속의 장면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마치 그런 피 빨간 장면을 다시 그려야만 화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