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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어제는 다리 잘만 이용하더니

“올라와.”

간단한 세 글자를 내뱉고 창가로 사라진 민도준의 실루엣에 권하윤은 잠시 고민하더니 빗자루를 문 앞에 세워두고 옷을 여미더니 곧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면서 계단을 밟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조마조마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한테 흥미 없어진 거 아닌가? 왜 갑자기 부르지? 설마…… 내가 고의로 접근했다고 생각해서 괴롭히려는 건 아니겠지?’

수만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바람에 그녀의 걸음은 점차 느려졌다.

심지어 도둑처럼 살금살금 움직이기까지 하는 바람에 위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도준이 피식 웃었다.

“외간 남자 꼬실 때는 다리를 잘만 이용하더니 지금은 부러지기라도 했어?”

‘외간 남자를 꼬셨다고?’

계단 맨 위층에 서서 놀려대는 민도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권하윤은 자기가 그를 꼬시러 일부러 접근했다고 오해라도 하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딱히 반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묵묵하게 그의 앞까지 다다른 뒤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괴롭힘도 견뎌낼 것만 같은 고분고분한 모습은 하늘하늘 춤추던 어제의 모습과는 확연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에 민도준은 재밌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담배를 끄더니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듣기 좋은 말을 잘만 하던 모습은 어디 갔어? 이젠 말도 하지 못하나?”

입 안에 머금고 있던 매캐한 연기가 고스란히 권하윤에게 뿌려지자 그녀는 불편한 듯 눈을 깜빡이며 입을 삐죽거렸다.

“예전에는 도준 씨가 저 싫어하지 않으니 그런 말도 서슴없이 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저 싫어하는데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하겠어요?”

분명 억울함을 호소하는 말이었지만 왠지 매정한 민도준을 나무라는 말로 들렸다.

이에 재미를 느낀 그는 손을 풀면서 안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몇 걸음 걸어갔을 때 여전히 동상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내가 모셔 오기라도 해야 해?”

하지만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에 권하윤은 자연적으로 따라나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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