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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게임 끝

권하윤의 마음은 그 말 한마디로 가벼워지기는커녕 더 움츠러들었다.

“무슨 기회요?”

“모르는 척하지 마.”

민도준은 그녀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점점 떨어지는 그녀의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윤 씨에 관한 일 나한테 솔직하게 말하면 기회 한 번 더 준다고.”

그의 손을 뿌리치려던 권하윤은 마치 혈도라도 막힌 것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만약 그녀가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하면 그녀에게 차려지는 건 기회가 아니라 죽음일 거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민도준이 느긋하게 몇 마디 보충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예전에 있었던 일 따져 묻지 않을게.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잘 생각해.”

가벼운 말 몇 마디였지만 권하윤의 마음은 마치 돌멩이가 내려앉은 듯 무거웠다.

일순 그녀의 얼굴을 새하얗게 질렸다.

이 지경에 이르니 그녀는 모든 게 눈에 보였다.

그녀와 민도준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 신분, 지위 그리고…… 공은채.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민도준이 매년 한 달씩 시간 내어 해원에 그녀 보러 가곤 한다던 문태훈의 말도 뇌리를 스쳤다.

맨 처음 들었을 때 권하윤은 솔직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엮인 그녀와 비교해 보니 모든 걸 제쳐두고 곁에 있어 주고 싶었던 공은채야말로 민도준의 진정한 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팍하고 숫기 없는 성격 때문에 남의 비위를 맞추지도 못했을 그녀를 만나기 위해 폭우를 맞으면서까지 해원에 갔다던 민도준, 그녀가 죽은 지금에도 여전히 공씨 가문과 친분을 유지하던 민도준, 이 모든 걸 비추어 볼 때 두 사람의 감정은 그녀가 상상하는 이상일 거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이성호의 딸이라는 걸 민도준이 알아버린다면 그녀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을뿐더러 공씨 가문처럼 그녀를 괴롭힐 게 뻔했다.

이미 아버지를 잃은 지금 그녀는 다른 가족마저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

이 모든 걸 생각한 권하윤은 완전히 냉정을 되찾더니 민도준의 눈길을 피한 채 어렵사리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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