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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미련을 버리다

“음?”

민도준의 눈꼬리에는 약간의 흥미가 번졌다.

“그러니까 정말로 나를 위해 죽으려 했다는 거야?”

권하윤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만약 그녀가 맞다고 대답하면 민도준은 아마 지금 당장 다시 시연해 보라고 할 거고, 만약 아니라고 한다면 살 가능성조차 없을 테니까.

민도준은 그녀에게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으려는 듯 두 팔로 침대를 짚은 채 허리를 굽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

“그게, 저, 저는 도준 씨한테 진심이에요. 도준 씨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권하윤은 그의 눈을 피하며 직접적인 대답마저 피했다.

그런 그녀를 민도준은 몇 초간 빤히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이윽고 “그래”라는 짤막한 한마디를 남긴 채 몸을 일으켜 세웠다.

권하윤은 그의 동작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든 채 그를 바라봤다. 뒤로 젖힌 머리 때문에 훤히 드러난 가는 목덜미가 약간의 가련한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그녀를 내려보던 민도준은 지금껏 보여왔던 장난기 섞인 눈빛을 거둔 채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보고는 몸을 돌렸다.

점점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에 권하윤은 갑자기 당황했다. 마치 그가 이렇게 떠나가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거라는 불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윽고 그가 문을 열려고 할 때 불안함이 극에 달한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를 불러세웠다.

“도준 씨…….”

문손잡이를 돌리던 손이 멈칫하기도 잠시 곧바로 미련 없이 문을 열었다.

“잠깐만요.”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권하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 나갔다.

“잠깐만요.”

복도에 울려 퍼지는 소리에도 민도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긴 다리를 내디뎠다.

하지만 미련 없이 떠나던 발걸음도 권하윤의 비명에 우뚝 멈춰 섰다.

너무 급하게 나온 나머지 신발도 신지 않은 권하윤은 맨발로 대리석 바닥을 밟고 있었다.

심지어 널찍한 환자복 때문에 더욱 가냘프게 보이는 것도 모자라 상처가 벌어졌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허리를 굽힌 자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한테 버림받은 강아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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