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준은 제가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가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일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윤영미의 극단은 수입이 적은 데다 지출이 많아 유지되기 매우 힘들었으니까.때문에 뭐가 됐든 재단 설립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텐데, 윤영미는 하필 그 호의를 거절해 버렸다.어릴 때부터 재벌로 살아온 태준은 제 투자를 거절하는 사람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교양 있는 말로 제 목적을 설명했다.“혹시 걱정하시는 거라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재단 설립에 따로 필요한 게 없으니. 오히려 재단이 설립되면 앞으로 관객이나 좌석 상황에 목맬 필요도 없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지 않습니까?”“그렇다면 더더욱 안 됩니다. 저희가 공연하는 건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인데 그걸 신경 쓰지 말라니요. 만약 그렇게 극단을 유지하면 빈 껍데기나 다른 없습니다. 공태준 사장님의 뜻은 잘 이해했으니, 마음만 받겠습니다.”윤영미의 완강한 뜻에 태준의 미소는 살짝 옅어졌다.“그렇다면 저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이윽고 하윤을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윤영미가 미리 차단했다.“여기서 뭐하고 있어? 얼른 가서 옷 갈아입지 않고!”흠칫 놀란 하윤은 그제야 다급히 대답했다.“어, 네!”하윤이 떠난 뒤 윤영미의 눈빛은 곧바로 형형하게 빛났다.“사적으로 몇 마디 할게요.”“네, 말씀하시죠. 경청하겠습니다.”“그럴 것까진 없네요. 그저 간단한 충고니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공적인 자리에서 이익을 내세워 강요하면 안 되죠. 그건 너무 양아치 같은 짓 아닙니까? 말로는 상대보다 하위에 있다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걸 보니 참 비겁하더군요.”“진심과 목적 있는 호의에 대해 잘 배우기 전에는 저희 극단 찾아오지 마세요.”말을 마친 윤영미는 힘찬 발걸음으로 떠나버렸다. 결국 홀로 남겨진 태준은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분명 환한 달빛이 고스란히 그에게 떨어졌지만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좀처럼 읽어낼 수 없었다.……극단을 떠난 태준은 차 뒷좌
병실에 앉아 있던 공은채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공태준은 그녀의 유일한 혈육이자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맹군이기도 하다. 때문에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공은채는 이내 사과했다.“오빠, 미안해. 그런데 나 좀 믿어 줘. 나 이시윤 다치게 하지 않아. 그저 도준 씨에 대해 단념하고 정당한 이유로 오빠 곁에 갈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 이번에 재단을 설립했으니 오빠도 앞으로 극단에 자주 찾아갈 수 있을 거고, 그러면 서로 좋은 거잖아.”공은채가 아무리 멋들어진 말로 회유해도 태준은 제 동생이 저를 이용하려 든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그 순간 눈시울을 붉히던 하윤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 가슴이 쓰라렸다.분명 지켜주려던 상대인데, 오히려 상처만 주게 된 꼴이라니.제 욕심 때문에 공은채와 손을 잡아 사랑하는 사람의 혼인을 망치고, 의지할 곳을 빼앗은 데다 온갖 수모를 겪게 한 건 다른 아닌 공태준 자신이었다.그러면서 구원자라도 되는양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단.그 순간 제 투자를 거절한 윤영미의 결정이 이해가 되었고 저 자신이 너무 비열하게 느껴졌다.눈을 질끈 감은 태준은 씁쓸함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입을 열었다.“은채야, 난 너와 내가 피를 나눈 가족이라 너를 다 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 보니 네 눈에는 진작 가족이 없었네. 그렇다면 가식적인 남매관계도 유지할 필요 없겠어.”공은채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당황한 기색으로 물들었다.“오빠, 지금 그거 무슨 뜻이야? 설마 남매 관계를 끊자는 거야?”“응.”태준의 답변에 공은채는 헛웃음이 났다.“오빠, 오빠가 이시윤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곁에 두고 지켜주려던 거 아니었어? 이제 곧 성공하는데 왜 또 포기하겠다는 거야? 이러면 그때 별장에서 이시윤 보내줬을 때랑 뭐가 달라?”“3년 전 한번 놓아줬다가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잖아. 그런데 또 똑 같은 일 반복하고 싶어? 이번에 다시 포기하면 앞으로 이런 기회 두 번 다시없을 거야. 오빠 똑똑한 사람이잖아, 어떻게 선택해야 할 지
“너 공태준 사장과 무슨 사이야?”윤영미는 대기실에서 상황을 몰래 지켜보던 하윤을 붙잡고 심각한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 분명 성인인데 선생님이 무섭게 물어보자 마치 선생님한테 연애를 들킨 학생이 된 것처럼 마구 도리질했다.“아무 관계도 아니에요.”“흥, 됐어. 공태준 사장에 관한 얘기는 우선 이쯤에서 그만하고, 아까 말한 민도준이라는 사람은 또 누구니?”“어…….”하윤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결국 대답했다.“남편이요.”“너 결혼했어?”윤영미는 의외의 대답에 놀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이에 하윤은 대충 얼버무렸다.“어떻게 이런 일이!”테이블을 탕 내리치는 윤영미의 동작에 깜짝 놀란 하윤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러니까 너랑 결혼했으면서 다른 여자랑 부적절한 관계로 얽혀 있다, 이 말이니?”하윤은 당황한 나머지 일부러 모른 체했다.“네? 무슨 여자요?”“지금 내가 늙었다고 인터넷도 못하는 노인인 줄 아는 거야? 민도준과 공은채의 사랑 이야기로 해원 전체가 떠들썩한데 누굴 바보취급 하는 거니?”자기 상황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윤은 마지못해 내연녀에게 남편을 빼앗긴 불쌍한 본처 행세를 하며 윤영미의 꾸중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그렇게 한창 하윤을 꾸중하던 윤영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힐끗 째려봤다.“사람이 한평생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절대 손해보는 짓 하지 마, 알겠어?”그 말을 듣는 순간 하윤은 코끝이 시큰거렸다.“윤 쌤…….”“울지 마, 얼른 돌아가서 씻고 푹 자. 내일 아침 7시 집합이니까!”말을 마친 윤영미는 이내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윤영미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하윤은 여전히 코끝이 시큰거렸다.공태준과 하윤의 관계를 알기 전에 윤영미는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모든 사실을 안 뒤 하윤 때문에 고민도 없이 투자를 거절했다.그건 공태준이 ‘은혜’라는 단어로 하윤을 묶어 두길 원하지 않아서였다.선후배들 모두 옷을 갈아입고 청소까지 말끔히 끝내고 떠난 뒤라 대기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마치 텅 빈 하윤
하윤은 사진을 핸드폰 케이스 넣어두었다. 이제야 마음이 조금 위로된 기분이었다.그녀는 오직 도준의 말만 믿기로 결심 내렸기에, 자세한 것들은 도준을 만난 다음 이야기하기로 했다.마침 핸드폰 화면에 새로운 소식이 떴다.들뜬 마음에 스크린을 열었으나 메시지를 보내온 건 도준이 아닌 수아였다.수아는 그녀에게 링크 하나를 보내 주었는데, 그것은 공태준의 무대 영상이었다.도준과 공은채의 여론이 아직 떠들썩한 와중에, 그녀마저 공태준과 엮여선 안되기에 하윤은 경계심을 가진 채 링크를 열어보았다.하지만 영상은 이미 지워져 있었고, 따로 검색해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하윤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잠시 후 공연장에서 나온 하윤은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민혁을 발견했다.민혁의 얼굴을 본 하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민혁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민혁은 얼굴부터 목까지 여러 군데에 긁힌 자국이 있었고, 오른쪽 눈언저리는 파랗게 멍들어 있었다.“어떻게 되긴요, 그 싸가지한테 맞은 거죠.”하윤은 이해할 수 없었다.“진가을 씨가 때린 거예요? 그분이 왜 민혁 씨를 때린 거죠?”민혁은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어젯밤 밤새 진가을한테 시달린 것 때문에 온몸이 뻐근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잠에서 깬 진가을은 미친 듯이 민혁을 욕하고 때리며 화를 내기만 했다. 이건 참 억울한 일이었다.하윤은 두 사람의 어젯밤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때 민혁이가 물었다.“하윤 씨는 싸가지가 왜 이러는 건지 아시나요? 왜 낮과 밤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거죠?”“글쎄요…….”하윤도 이해할 수 없었다.‘진가을 씨는 민혁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왜 그를 덮친 걸까?’‘만약 민혁 씨를 좋아하신다면 왜 민혁 씨를 이 지경으로 때린 걸까?’두 사람은 한참을 분석한 끝에 진가을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여자라는 결론을 얻었다.하윤은 이대로 넘어가기엔 찝찝한 마음이 들어 물었다.“제가 진가을 씨와 이야기해 볼까요?”“그래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그럼
“결혼이요?”도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네까짓 게 나랑 결혼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공은채는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말했다.“저와 결혼하신다면 백제 그룹은 물론, 도준 씨의 일들은 제가 모두 타당하게 관리해 드리죠. 그리고…….”공은채는 손을 도준의 어깨에 걸친 후 작은 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밖에선 물론, 집에서도 원하시는 건 모두 해드릴 수 있어요.”도준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난 환자랑은 결혼 안 해. 수술부터 성공하고 그딴 이야기를 해.”도준은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고, 공은채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 아직도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걸까?’간병인은 다림질한 드레스를 들고 들어온 후, 공은채와 눈빛을 주고받더니 병실 문을 닫았다.공은채가 거울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민도준은 드레스를 찾으러 간 것 외에 다른 곳엔 가진 않은 거죠?”“네, 민도준 씨는 드레스만 가지고 바로 돌아오셨습니다.”공은채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일부러 그 시간에 도준에게 부탁한 것은, 그가 혹시나 하윤의 공연을 보러 가진 않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보아하니 이젠 권하윤은 포기했나 보네.’‘그렇다면 굳이 결혼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공은채는 옷을 갈아입은 후 거울을 보며 치맛자락을 움직여보았다.옆에 있던 간병인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너무 아름다우세요!”공은채는 어머니의 미모와 교활한 수단을 물려받아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좀 이따 사진을 찍어 기자들한테 보내세요. 오늘 밤의 불꽃놀이는 어젯밤보다 더 화려할 겁니다.”“네, 알겠습니다.”……옆 휴게실.도준은 낡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진 후, 방금 산 새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 잘생긴 남자가 아니라면 이만 끊을 게요.]민소혜는 곧 예상 밖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던에서 잘 지내나 봐?”민소혜는 얼른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다.[아니야!
딩동!“진가을 씨, 집에 계세요?”하윤은 28층의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숨어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를 하는 민혁을 힐끗 보았다.“진가을 씨 안 계시나 봐요.”민혁은 진가을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계셨다면 반드시 제가 당한 만큼 갚아줄 거예요!”하윤은 민혁의 처참한 얼굴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혁은 좀 민망한 지 얼굴을 만지작거렸다.“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좀 이따 싸가지가 돌아오면 꼭 좀 물어봐 주세요.”“네, 알겠어요.”민혁이 떠난 뒤 하윤은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집안은 또 텅 비어있었다.그녀는 입맛이 없어서 컵 라면을 조금만 먹었다.하윤은 넋을 잃은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도 안 오시려나?’띵!핸드폰에 현지 뉴스 푸시가 하나 떴다.[왕자와 공주의 동화 같은 사랑.]기자가 쓴 그들의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하윤은 글에 첨부된 사진들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병원의 옥상을 생일 파티 현장으로 꾸며졌고, 공은채는 긴 드레스를 입은 채 도준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있었다.비록 먼 곳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댓글에는 온통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내용들뿐이었다.하윤은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핸드폰을 끈 후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욕실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하윤은 음악을 틀고 머리를 욕조 가장자리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그녀가 도준을 너무 신경 쓴 탓인지, 조그마한 소식조차 그녀를 무너뜨릴 것 같았다.‘윤 쌤이 말씀하신 대로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절대 손해 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해.’‘불꽃을 따라 이대로 사라지시지 그래!’“허.”갑자기 들려오는 웃는 듯한 소리에 하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팔짱을 낀 채 욕실 문 앞에 기대어 있는 도준을 발견했다.도준은 마침 그대로 노출된 그녀의 어깨와 목을 쳐다보며 놀
도준의 상의는 이미 물에 젖어 그의 튼튼한 가슴 근육을 드러냈다.그는 호흡이 가쁜 하윤을 보더니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닦았는데, 손엔 피가 조금 묻어있었다.도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빨이 왜 이렇게 뾰족한 거야?”하윤도 자신이 이렇게 세게 물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요 며칠 도준이가 한 일을 떠올리자, 사과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돌려 귀머거리인 척했다.그녀는 흠뻑 젖은 상의를 벗는 도준을 보자 눈이 동그래졌다.“뭐 하시는 거예요!”젖은 상의를 바닥에 던지자 ‘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욕실의 조명이 엄청 밝았는데, 그 불빛은 그대로 도준의 보리 색 피부에 쏟아졌다.도준은 욕망이 가득 찬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마사지해준다고 했잖아.”그가 욕조에 들어오자 욕조의 수위가 덩달아 올라갔고, 그는 도망가려는 하윤을 자신의 다리에 앉혔다.피부색과 몸매는 물속에서 더욱 남달라 보였다.하윤은 한동안 몸을 담그고 있었기에 얼굴이 불그스레했다. 도준이가 그녀의 머리핀을 빼내자, 그녀의 긴 머리가 그대로 욕조 안에 담겨 더욱 유혹적이었다.도준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쥐고 키스하려고 했다.하지만 하윤은 이번만큼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하윤이 발버둥 칠수록 도준은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말했다.“잠깐만 가만히 있어 봐, 화난 거 있으면 좀 이따 이야기해도 되잖아.”그는 분명 하윤과 ‘관계’를 맺으려고 다그치는 것이었다.그러자 하윤은 화가 나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저랑은 몸만 섞으시려는 거예요? 도준 씨는 도대체 절 뭘로 보시는 거예요!”자기 때문에 화가 나 눈물을 흘리는 하윤을 보자, 그는 일단 하던 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당연히 내 아내로 보는 거지. 그래서 이렇게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하러 온 거잖아.”하윤은 그의 뻔뻔한 모습에 기가 막혔다.“어젯밤엔 전화 한 통 없이 집에 안 돌아온 것도 모자라, 지금은 인터넷에 온통 도윤 씨와 다른 여
도준은 이런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 후, 가볍게 그녀의 이마를 툭 치며 말했다.“그래, 용서해 줄게.”하윤이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자, 도준도 서둘러 그녀의 허리를 껴안은 채 말했다.“간병인과 경비원의 짓이었어.”간병인과 경비원은 의사보다 더 접근하기 쉬웠고 매수하기도 쉬웠다.하지만 그녀가 경비원과 간병인을 빌어 무언가를 꾸며내기라도 한다면, 분명 엄청난 후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이에 하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공은채를 병원에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엄청 위험한 사람이었다.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은채를 지켜보아야 한다.도준이 눈치 빠르지 않았다면, 이번 수술은 실패되었을 지도 모른다.그는 하윤의 찌푸러진 얼굴을 보더니 그녀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인상 쓰면 주름 생길라. 내가 모두 안배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병원에 수술 내막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분명 괜찮을 거야.”“하지만 요 며칠 내가 병원에서 지켜봐야 될 것 같으니, 자주 돌아오지 못해도 이해해 줘야 해. 알겠지?”도준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린 하윤은 도준에게 살짝 기대고는 콧방귀를 뀌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그럼 꼭 주의하셔야 해요. 과한 스킨십은 절대 금지예요!”도준은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그리고 뜨거운 호흡으로 그녀의 귓가에 말했다.“걱정 마, 과한 스킨십은 당신이랑만 할 거야.”분명히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도준은 오랫동안 굶은 늑대처럼 하윤에게 달려들었다.욕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후, 두 사람은 침실로 향했다.도준은 침대 위에 누운 그녀의 가는 목에 입을 맞추었고, 그의 넓은 등은 그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가슴의 근육에는 땀방울이 맺혀 가슴골을 따라 떨어졌다.도준의 엄청난 욕망을 알아차린 그녀는 당장이라도 잡아먹힐 것 같았다.“안 돼요. 저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리허설도 해야 돼요.”도준은 살짝 풀린 눈꺼풀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