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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같은 무대

밖으로 걸어 나왔더니 하윤 앞에 보인 건 복도에서 꽃을 든 채 하윤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였다.

남자는 잘빠진 체격에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편한 복장 차림인데도 귀족의 느낌이 물씬 났다. 그 옆을 지나가는 무용수들은 저마다 남자를 힐끗힐끗 돌아보기 바빴다.

하지만 잔뜩 부풀었던 하윤만은 공태준을 본 순간 이내 평온해졌다.

‘하긴, 이제 곧 성공하는데, 이때 나타나서 일을 그르칠 사람이 아니지.’

“윤이 씨, 다시 복귀한 거 축하해요.”

말을 마친 태준은 하윤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꽃은 장미가 아닌 백합이었다. 축하의 의미로 건네는 꽃이라 하윤도 이내 받아 들었다.

“고마워.”

태준은 무대 화장으로 인해 더 요염해진 하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싱긋 웃었다.

“바쁜데 가서 준비해요. 저는 다시 관중석으로 돌아갈게요.”

하윤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갈 생각이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무대 뒤로 걸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 않자 하윤네 순서가 다가왔다.

무대 위에 오르기 전 잔뜩 긴장해 있던 하윤은 무대 조명이 켜지고 따뜻한 열기가 얼굴에 느껴지는 순간 다시 저만의 세상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열정, 땀, 음악, 무대, 그리고 박수 소리.

물론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무대 위에서 턴을 돌 때마다 하윤은 마음이 가볍고 상쾌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무용수들이 단체로 커튼콜을 할 때, 무대 아래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좌석은 여전히 꽉 차지는 않았지만 허리 숙여 무대 인사를 할 때, 하윤은 밀려오는 쾌락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대 인사를 끝내고 내려가려고 할 때,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 극단 멤버들을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우리 해원 발레단은 성립된 시기로부터 지금까지 몇 십년 동안 수많은 무대를 선보였는데 항상 자금 문제로 투어 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이에 공태준 사장님이 발레단을 위해 예술 재단을 설립해 후원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으로…….”

사회자의 말에 극단 식구들은 저마다 기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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