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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충고

공태준은 제가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가지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일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윤영미의 극단은 수입이 적은 데다 지출이 많아 유지되기 매우 힘들었으니까.

때문에 뭐가 됐든 재단 설립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텐데, 윤영미는 하필 그 호의를 거절해 버렸다.

어릴 때부터 재벌로 살아온 태준은 제 투자를 거절하는 사람을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교양 있는 말로 제 목적을 설명했다.

“혹시 걱정하시는 거라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재단 설립에 따로 필요한 게 없으니. 오히려 재단이 설립되면 앞으로 관객이나 좌석 상황에 목맬 필요도 없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안 됩니다. 저희가 공연하는 건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인데 그걸 신경 쓰지 말라니요. 만약 그렇게 극단을 유지하면 빈 껍데기나 다른 없습니다. 공태준 사장님의 뜻은 잘 이해했으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윤영미의 완강한 뜻에 태준의 미소는 살짝 옅어졌다.

“그렇다면 저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윽고 하윤을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 윤영미가 미리 차단했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얼른 가서 옷 갈아입지 않고!”

흠칫 놀란 하윤은 그제야 다급히 대답했다.

“어, 네!”

하윤이 떠난 뒤 윤영미의 눈빛은 곧바로 형형하게 빛났다.

“사적으로 몇 마디 할게요.”

“네, 말씀하시죠. 경청하겠습니다.”

“그럴 것까진 없네요. 그저 간단한 충고니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공적인 자리에서 이익을 내세워 강요하면 안 되죠. 그건 너무 양아치 같은 짓 아닙니까? 말로는 상대보다 하위에 있다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걸 보니 참 비겁하더군요.”

“진심과 목적 있는 호의에 대해 잘 배우기 전에는 저희 극단 찾아오지 마세요.”

말을 마친 윤영미는 힘찬 발걸음으로 떠나버렸다. 결국 홀로 남겨진 태준은 창가에 서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분명 환한 달빛이 고스란히 그에게 떨어졌지만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좀처럼 읽어낼 수 없었다.

……

극단을 떠난 태준은 차 뒷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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