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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낚시

공태준은 예전에도 하윤에게 제 마음을 표현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다.

때문에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한 태준을 마주하고 있자니 하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고, 공태준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가니까.

태준도 그러하다. 예전에는 늘 마음을 억누르며 볼 수 있는 것에만 만족했는데, 처음으로 이렇게 하윤에게 가까이 다가갔으니.

공은채의 말 때문에 태준은 더 이상 마음을 억누르고 싶지 않았다. 뜨거운 눈빛은 오랫동안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꿰뚫었고 긴 손가락을 앞으로 뻗으며 하윤의 손을 잡았다.

심지어 손을 뿌리치려는 하윤을 무시한 채 다시한번 되물었다.

“저한테 기대요. 네?”

제 속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도준의 눈빛에 하윤은 한참을 버둥대며 겨우 손을 뒤로 뺐다.

“공태준, 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여러 번 거정당해서인지 태준은 이제 이런 거절도 습관이 되었다. 하지만 매번 가슴에 난 흉터에 계속 새 상처가 덧 새겨져 아픈 건 여전했다. 심지어 내리깐 눈아래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민 사장 때문이에요? 민 사장은 지금 은채랑 같이 있는데 아직도 못 잊었어요?”

하윤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도준 씨와는 상관없어.”

태준은 그런 하윤을 한참동안 빤히 바라봤다.

“민도준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 곧 알 거예요.”

이윽고 이 말만 남긴 채 아무 미련도 없이 떠나갔다.

하지만 하윤은 왠지 마음이 불안해져 당장이라도 도준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아마 공은채와 함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내 포기했다.

……

하윤의 생각대로 공은채와 도준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은채는 도준을 꼬시기는커녕 오히려 자주 넋이 나간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종업원이 카페를 올렸을 때 거절하기까지 했다.

“아니에요.”

심장에 문제가 생겼으니 이런 자극적인 것은 손에 대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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