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78화 공연

무대 위에서 도준을 본 하윤 역시 넋이 나갔다. 하지만 하윤의 시선은 이내 그의 옆에 앉은 공은채와 마주쳤다.

어두운 무대 아래, 꼭 붙어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나 어울렸다. 하지만 하윤은 그저 그들 흥을 돋우는 댄서에 불과하다니…….

“선배.”

무대 앞으로 나가던 수아가 그 자리에 굳어 있는 하윤을 보자 낮게 불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윤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오늘은 극단을 대표해 나왔으니 절대 추태를 부려서는 안 돼.’

얼른 제 위치에 선 하윤은 무대를 등진 채 시작 포즈를 취했다.

환한 불빛 아래, 여자의 가는 허리와 팔은 요염하게 움직이며 무대의 서막을 열었다.

하윤은 확실히 춤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게 틀림없었다. 분명 정식적인 무대가 아니었지만 여전히 단아하고 우아하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무대 아래의 대화 소리도 점점 작아졌고 사람들의 시선은 서서히 무대 위로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을 늘어 놓으며 무대를 감상하고 있었지만, 유독 한 곳만은 무거운 암류가 흐르는 듯했다.

도준은 이내 옆에 있던 공은채를 바라봤다.

“네 짓이야?”

제 속내를 들킨 공은채는 당황하기는커녕 사람들을 따라 박수를 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시윤이 매일 밤 도준 씨 생각으로 잠도 못 이룬다고 하길래 도와준 것뿐이었어요.”

그 사이, 하윤이 마무리 도작을 하며 무대는 끝이 났다.

그때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 극단에 대해 소개했다.

“방금 보신 무용수들이 선보인 무대는 이제 곧 투어를 앞둔 새로운 무극입니다. 이 무대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있다면 여기 계신 무용수들한테 연락하시면 됩니다.”

사회자가 사회를 보는 사이, 하윤은 후배들을 데리고 그 뒤에 서있었다.

하지만 무대 아래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모두 하윤에게 몰려 들었다. 기타 후배들도 귀엽고 활기차긴 했지만 남자의 욕망을 자극할 정도로 여물지는 못했지만, 하윤은 오히려 빨갛게 여물어 바로 따고 싶은 앵두 같았으니까.

도준도 나자로써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