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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바보

두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 바보네.’

사람들은 특권을 손에 쥐면 어떻게 마음껏 휘두를 지 생각할 텐데, 하윤만은 오히려 어렵사리 주어진 특권도 공평하게 나눌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바보 같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손을 들어 하윤의 목덜미를 잡은 도준은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왜 갑자기 이렇게 착하게 굴어?”

“제가 뭐 언제는 이러지 않았나요?”

하윤의 뻔뻔한 태도에 도준은 헛웃음이 났지만 일부러 흥을 깨지는 않았다.

오히려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하윤을 위로부터 쭉 내리 훑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이렇게 자유롭지 못할 텐데, 그래도 괜찮아?”

또다시 원래의 처지로 돌아갈 생각을 하자 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않으면 안 돼요?”

제 말 한마디에 이내 다시 겁을 먹은 하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해도 싫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해도 싫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좀 융통성 있게 지낼 수는 없는 거예요? 저희 연애하는 거지 밧줄 당기기하는 거 아니잖아요. 좀 서로 대화로 풀면서 그때그때 상황 보면서 협상할 수는 없는 거예요?”

‘협상’라는 두 글자는 도준에게 참 신선한 단어였다.

도준의 세상에는 늘 약육강식만 존재했다. 매번 비즈니스 모임에서도 늘 누가 가진 패가 많은지, 누구 주먹이 더 센지 겨루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게 하윤의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때려도 울고, 욕해도 울고 결국 귀찮음을 안고 가는 건 늘 도준이었다.

도준은 눈을 들어 기대에 찬 하윤의 얼굴을 느긋하게 훑었다.

“어떻게 협상하고 싶은데?”

“그러니까…….”

하윤은 어색한 미소를 싱긋 지었다.

“사실 저도 아직 생각해 둔 게 없어요. 그런데 직접 부딪혀 보면 방법이 생기겠죠. 우리 앞으로 시간도 많잖아요, 안 그래요?”

도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손아귀에 힘을 준 채 하윤을 제 품으로 끌어 들였다.

그 때문에 무방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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