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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마음이 흔들리다

한편 룸 안.

저한테 추근대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화를 내는 투자자를 본 진가을은 테이블에 놓인 와인을 빙 둘러봤다.

제 앞에 놓인 와인병을 보자 당장이라도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힘껏 내리쳐 구멍을 뚫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왓다.

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매니저의 눈치를 보며 눈을 내리깔고 사과하는 것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러려던 게 아닙니다.”

매니저 지하늘은 일을 그르친 진가을을 째려보더니 이내 아부하는 미소를 지으며 투자자를 바라봤다.

“주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우리 가을이 성격. 이렇게 화끈한 성격 때문에 더 좋아하셨잖아요.”

하지만 주승범은 그런 매니저의 손마저 홱 뿌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

“듣기 좋은 소리는 그만해! 애초에 이번 드라마 여주인공 자리 내어주면 진가을이 내 말 고분고분 들을 거라며? 그래서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주승범의 말에 놀란 진가을은 고개를 홱 돌려 매니저를 바라봤다.

“이번 여주인공은 감독님이 직접 뽑았다면서요?”

제 발이 저려 눈을 슬슬 피하던 지하늘은 이내 미간을 좁혔다.

“가을아, 너도 이 바닥 입성한지 벌써 2년이 다 돼가잖아. 그런데 어쩜 그렇게 순진해? 얼른 주 대표님 모시고 가서 휴식해.”

진가을은 서로 말을 맞춘 두 사람을 원망하듯 바라봤다. 이렇게 늙은 놈과 잠을 잘 바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술 마시고 죽어버리는 게 나았다.

이윽고 진가을은 테이블 위에 있는 술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 술 다 마시면 갈 수 있는 거죠?”

현재 테이블에는 4병의 와인과 한 병의 도수 높은 양주가 놓여 있었다. 이 술을 모두 마실 수 있는지는 둘째 치고 만약 마시더라도 바보가 되거나 알코올 중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피둥피둥한 살이 소파와 거의 하나 될 것처럼 축 늘어 앉은 주승범은 얇은 천쪼가리만 달랑 걸친 여자를 제 품안으로 껴안았다.

“재주가 있으면 어디 마셔 보던가. 마시지 못하겠으면 순순히 나 따라와야 할 거야.”

주승범의 말이 떨어지자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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