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83화 아껴 줄래요

작가: 강캔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도준은 침실 안에서 휙 스쳐지나는 그림자를 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야? 나 못 본 척하는 거야?”

이내 들켜버린 하윤은 그제야 마지못해 방에서 걸어 나왔다.

“흥, 공은채랑 같이 있느라 제가 눈에 안 보이나 보죠.”

“질투하는 거야? 이리 와, 어디 봐 봐.”

도준은 쭈뼛거리며 걸어오는 하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와서인지 속눈썹마저 촉촉하게 젖어 있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도준의 손에 이끌려 고개를 든 하윤은 그의 턱에 묻은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 여기 왜 이래요? 혹시 다쳤어요?”

다시 제대로 확인했더니 턱뿐만 아니라 이곳저곳 피가 묻어 있어 흐린 눈으로 보면 꽃무늬인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

“어디 봐 봐요.”

하윤은 다급하게 도준의 옷을 벗기며 이리저리 확인했다.

그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으며 하윤의 손을 꽉 잡았다.

“뭐가 그렇게 급해?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옷부터 벗기고 말이야.”

“도준 씨가 다쳤을까 봐 이러는 거잖아요.”

다급하게 소리치는 하윤의 손을 도준은 꽉 그러쥐었다.

“이리 와, 욕실에서 구석구석 보여 줄게.”

그제야 도준이 아무 일도 없다는 걸 발견한 하윤은 이내 그를 밀어냈다.

“전 이미 다 씻었으니 도준 씨 혼자 들어가요.”

‘욕실에서 또 얼마나 괴롭히려고. 내가 바보인 줄 아나?’

하지만 도준은 하윤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왜? 무대 위에서 잘 흔들더니 이제 와서 게으름 피우려고?”

제멋대로 말하는 도준의 행동에 하윤은 화가 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거 예술이거든요!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 나 모르니까, 여보가 가르쳐줘.”

낮게 깔린 웃음 소리와 간질거리는 호칭에 하윤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잠깐 멍 때리고 있는 사이, 어느새 몸에 걸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욕실 안에 들어와 있었다.

여기서 더 발버둥쳐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

뜨거운 수증기가 낀 욕실 안에서 곧이어 남자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84화 바보

    두 눈을 반짝이며 저를 바라보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마음이 흔들렸다.‘정말 바보네.’사람들은 특권을 손에 쥐면 어떻게 마음껏 휘두를 지 생각할 텐데, 하윤만은 오히려 어렵사리 주어진 특권도 공평하게 나눌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보다 더 바보 같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손을 들어 하윤의 목덜미를 잡은 도준은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왜 갑자기 이렇게 착하게 굴어?”“제가 뭐 언제는 이러지 않았나요?”하윤의 뻔뻔한 태도에 도준은 헛웃음이 났지만 일부러 흥을 깨지는 않았다.오히려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하윤을 위로부터 쭉 내리 훑었다.“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이렇게 자유롭지 못할 텐데, 그래도 괜찮아?”또다시 원래의 처지로 돌아갈 생각을 하자 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않으면 안 돼요?”제 말 한마디에 이내 다시 겁을 먹은 하윤을 보자 도준은 피식 웃었다.“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해도 싫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해도 싫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야?”“좀 융통성 있게 지낼 수는 없는 거예요? 저희 연애하는 거지 밧줄 당기기하는 거 아니잖아요. 좀 서로 대화로 풀면서 그때그때 상황 보면서 협상할 수는 없는 거예요?”‘협상’라는 두 글자는 도준에게 참 신선한 단어였다.도준의 세상에는 늘 약육강식만 존재했다. 매번 비즈니스 모임에서도 늘 누가 가진 패가 많은지, 누구 주먹이 더 센지 겨루기만 했으니까.하지만 그 모든 게 하윤의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때려도 울고, 욕해도 울고 결국 귀찮음을 안고 가는 건 늘 도준이었다.도준은 눈을 들어 기대에 찬 하윤의 얼굴을 느긋하게 훑었다.“어떻게 협상하고 싶은데?”“그러니까…….”하윤은 어색한 미소를 싱긋 지었다.“사실 저도 아직 생각해 둔 게 없어요. 그런데 직접 부딪혀 보면 방법이 생기겠죠. 우리 앞으로 시간도 많잖아요, 안 그래요?”도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손아귀에 힘을 준 채 하윤을 제 품으로 끌어 들였다.그 때문에 무방비 상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85화 쓰레기 남편

    사진 속 두 남녀의 모습은 꽤 아름다웠다.곧이어 사진을 확대해본 한민혁은 혀를 끌끌 찼다.‘쯧쯧, 도준 형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하윤 씨밖에 없을 거야.’‘어? 잠깐. 그런데 진가을이 나한테 왜 이걸 보냈지?’하지만 민혁이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문자 하나가 곧이어 도착했다.[이건 내가 외출할 때 우연히 본 거예요. 그쪽이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니까 미리 일러두는 거예요. 너무 충격 받지는 마요.]문자를 본 민혁은 오히려 더 어리둥절해 조심스럽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이거 지극히 정상적인 거 아니에요? 내가 이걸 보고 왜 충격 받는다는 거예요?]문자를 받은 진가을은 너무 놀라 눈을 둥그렇게 떴다.‘이게 정상이라고? 설마 너무 당해서 이미 익숙해졌다는 말인가? 좀 불쌍하네!’그렇게 비교해 보니 식사 자리에서 만나기 싫은 사람 비위를 맞춰주던 제 상황이 오히려 더 괜찮아 보일 지경이었다.하지만 뭐라 위로의 말을 보내려는 순간, 문자 하나가 더 도착했다.[저, 다시 우리 얘기하는 건 어때요? 혹시 언제 시간 돼요? 제가 영화랑 밥 쏠게요. 서로 알아가면 좋잖아요.]그 문자를 보는 순간 민혁에 대한 진가을의 인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뭐야? 부부가 서로 터치 안 한다는 건가? 어이없네! 완전 쓰레기잖아!’저도 모르는 사이에 쓰레기 남편 타이틀을 받은 민혁은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답장에 또다시 ‘자요?’라는 문자 하나를 조심스럽게 보냈다.하지만 그 순간 문자 옆에 빨간 느낌표 하나가 나타났다.‘뭐야? 나 차단했어?’충격을 받은 민혁은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제 얼굴을 확인했다.‘설마 이 머리가 그렇게 양아치 같아 보이나?’……“띵.”이른 아침, 핸드폰 알람음이 침실 안에 이어지던 정적을 깨뜨렸다.애써 눈을 뜬 하윤은 이내 알람을 꺼버리고 엉기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하지만 침대에서 내리려는 순간, 등 뒤에 있던 도준이 하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등이 남자의 가슴팍에 세게 부딪히는 순간, 귓가에서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86화 미운 오리새끼

    병원 문 앞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이미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각종 방송사 로고를 붙인 마이크를 들고 있는 기자들은 저마다 생방송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심지어 한 여기자는 카메라를 향해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위기의 순간 서로를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공은채 씨와 민도준 씨의 사랑 이야기는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은채 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민도준 씨가 직접 병원까지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민도준 씨는 며칠 후 수술을 앞둔 공은채 씨를 직접 병원으로 데려오고 있는 중이랍니다…….”옆에 있던 남기자도 질세라 멘트를 이어나갔다.“공씨 가문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은채 씨를 몰락한 재벌녀로 부르고 있는데, 아직 뒤를 봐주는 애인이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두 기자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멘트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멀리서 다가오는 차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저기 왔어!”……오전 10시.“선배, 선배, 혹시 오늘 실검 봤어요?”이제 막 리허설을 마친 하윤은 땀을 닦으며 잔뜩 흥분한 수아를 바라봤다.“뭐 또 좋아하는 아이돌이 실검에 오른 거야?”“아니요! 이번 상대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장님이거든요!”수아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하윤의 앞으로 쑥 내밀었다.“이거 봐요,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요?”속으로 또 수아가 좋아하는 연예인이겠거니 생각하며 핸드폰을 받은 하윤은 액정에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을 보는 순간 미소가 굳어버렸다.하지만 그런 하윤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수아는 여전히 잔뜩 흥분해서 상황을 성명하기 시작했다.“해원에서 유명한 재벌이던 공씨 가문, 선배도 알죠? 전에 공씨 가문이 쫄딱 망했는데, 글쎄, 그 집 아가씨의 약혼남이 경성의 민 사장이래요. 두 사람 너무 어울리지 않아요?”“인터넷을 찾아봤더니 두 사림이 해외에서 일어난 폭동 현장에서 만나 민 사장이 공은채를 구해줬대요. 그런데 공은채가 제 건강이 민 사장한테 누가 될까 봐 몰래 해외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87화 또다른 풍파

    이 시간에 택시를 잡기 어려운 터라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한 하윤은 잔뜩 토라져 중얼거렸다.“뭐? 카리스마 사장님과 재벌녀의 사랑? 웃기고 있네. 평범한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설겠나?”깊은 생각에 빠진 하윤은 길가에 선 차창이 내려간 것도 눈치채지 못하 채 혼잣말만 중얼댔다.그러던 그때.“쯧쯧.”비아냥 섞인 소리에 정신이 하윤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 순간 차 뒷좌석이 앉은 남자가 하윤의 눈에 들어왔다.“타.”하윤은 화를 참은 채 차에 올랐지만 유독 도준에게만 시선을 주지 않았다.잔뜩 토라진 하윤의 목을 돌려 저와 눈을 맞춘 도준은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한참동안 기다렸는데 얼굴도 안 보여주는 거야?”“본인이 운전한 것도 아니면서.”하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내 의자 앞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고생했어요……, 민혁 씨?”그러다가 검게 변한 민혁의 머리에 놀란 듯 되물었다.“머리가 왜 이래요?”민혁은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빨간 불에 걸린 틈을 타 고개를 돌렸다.“누가 양아치 같다고 해서 까맣게 염색했어요. 하윤 씨가 보기에는 어때요?”민혁은 잘생긴 미남에 속하지는 않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남성미 있는 스타일이다.하지만 전에 빨간 머리 때문에 겉보기에 불량해 보였는데 검은 색으로 염색하니 오히려 대형견을 연상케 하는 데다 더 활기 찬 모습이었다.“더 멋있어졌는데요. 물론 그 구멍 뚫린 청바지만 갈아 입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네?”민혁은 구멍이 뚫린 무릎 위치를 긁적거렸다.“이게 얼마나 멋있다고 그래요?”“아무리 그래도 모든 바지가 다 구멍 뚫린 거면 조금 심한 거 아니에요?”민혁도 하윤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되물었다.“그럼 구멍 뚫린 청바지가 아니면 뭘 입죠?”“아니면 나중에 저랑 같이 쇼핑할래요? 제가 봐 줄게요.”“그거 좋은데…….”말을 하던 민혁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 이내 입을 다물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머리를 돌렸다.“저녁식사 사간이 되어 가는데, 어디 레스토랑이라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88화 운동하러 가자

    도준은 긴장한 나머지 표정까지 일그러진 하윤을 보자 피식 웃으며 그녀의 볼살을 꼬집었다.“공은채는 제 목숨 끔찍이 아껴, 만약 눈치챘다면 순순히 입원할 리 없지.”확실히 그런 게 맞지만 하윤은 여전히 불안했다.그런데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음식배달을 온 민혁이 초인종을 눌렀다.하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발을 들어 도준의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얼른 가서 가져와요.”도준은 그런 하윤의 다리를 한 손으로 잡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이제는 자연스럽게 나를 부려먹네?”다리를 뒤로 뺄 수 없게 되자 하윤은 오히려 발을 구르며 떼를 썼다.“얼른요. 식으면 맛없어요.”민혁은 겉보기에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일처리는 항상 깔끔하다. 갈비를 포장하는 것만으로도 민혁의 그런 면을 보아낼 수 있었다. 도자기 그릇에 음식을 담아온 것도 모자라 식을까 봐 겉에 은박지까지 두른 덕에 갈비 맛은 식당에서 직접 먹는 것과 거의 유사했다.게다가 민혁은 특별히 도준과 하윤의 입맛에 맞는 음식 몇 가지를 더 사오기까지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마치 집에서 직접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맛있는 음식을 먹은 덕분인지 하윤의 기분은 전보다 꽤 좋아졌다.하지만 얼마 먹지 못하고 그릇을 내려놓더니 젓가락을 입에 문 채 도준을 바라봤다.도준은 그런 하윤을 흘깃거리며 되물었다.“고작 그만큼만 먹는 거야? 뭐 고양이도 아니고.”하윤도 솔직히 먹고 싶었지만 아쉬운 듯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이번주 금요일 공연이 있거든요. 윤 쌤이 몸매에 대한 요구가 워낙 엄격한 분이라 살찔까 봐 그래요”그 말에 도준은 이내 미간을 좁혔다.“그 가느다란 팔다리를 하고 그게 지금 할 말이야? 누구는 힘쓰면 부러질까 봐 걱정돼 미치겠는데. 그게 어딜 봐서 살찐 거야? 얼른 더 먹어.”안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 하윤은 도준의 설득에 이내 젓가락을 들고 갈비 하나를 짚으며 중얼거렸다.“그럼 하나만 더 먹을게요.”마지막 한나라고 큰소리까지 떵떵 친 하윤은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89화 ‘인기스타’ 남편

    도준은 손쉽게 30킬로그램이나 되는 샌드백을 막더니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하윤을 보며 피식 웃었다.“설마 이 샌드백이 자동으로 자기 비켜갈 거라고 생각한 거야?”그제야 조심스럽게 눈 한쪽을 가늘게 뜬 하윤은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난 걸 확인하고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처음이라서 그런 거잖아요. 다시 해요.”도준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모래 주머니는 다시 하윤 쪽으로 움직였다.아까보다 작은 폭으로 움직이는 샌드백을 보자 하윤은 이내 힘을 다해 쳐냈다.연습하는 동안, 하윤이 받지 못할 것 같을 때면 도준은 대신 모래 주머니를 잡아 주었다가 다시 던져주며 연습을 도왔다.그렇게 약 반시간쯤 연습하고 나니 하윤의 목덜미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생기가 흘러 넘쳤다.도준은 흔들거리는 샌드백을 손으로 잡으며 노골적인 시선으로 하윤을 훑었다.“이제 몸도 풀었으니 진짜 사람과 대결해야지.”아무 생각없이 동의하려던 하윤은 일전에 도준에게 여기저기 얻어터져 불구가 되었던 사람을 떠올리자 이내 겁을 먹었다.“저 맷집이 약하니 사살해야 해요.”하윤의 그런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었다.“그래, 최대한 노력해 볼게.”“그런데 왜 손에 글러브도 안 해요?”도준은 눈썹을 위로 치켜 올렸다.“자기랑 하는 데 글러브가 왜 필요해?”도준이 제 실력을 무시하자 하윤은 욱해서 도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렸다.하지만 그걸 가볍게 피해버린 도준은 하윤의 허리를 느긋하게 문질렀다.“무계 중심이 흔들리잖아. 그래서야 사람을 어떻게 때리려고 그래?”“이건 무효예요. 다시 해요!”하윤은 손을 휘휘 저으며 생떼를 부렸다.하지만 아무리 다른 동작으로 공격해도 결과는 똑같았다.몇 번을 시도해도 도준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의 손에 농락당한 하윤은 도준의 손이 제 옷 안을 파고들 때 꽉 붙잡았다.“뭐하는 거예요? 운동한다면서요?”도준은 손쉽게 하윤의 반항을 가볍게 누르며 농담을 내뱉었다.“이것도 운동이잖아, 땀을 이렇게 많이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90화 석지환의 결심

    석지환이 건넨 가방을 손에 든 하윤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석지환이 방금 한 말뿐이었다.“경성이요? 거긴 뭐 하러요?”“답 찾으러.”석지환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끝내 대답했다.하지만 그 말에 하윤은 오히려 더 어리둥절했다.“무슨 답이요?”석지환은 더 이상 하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말머리를 돌렸다.“시윤아, 만약 나한테 벌어진 일이 너한테도 벌어지면 넌 어떻게 할래?”오늘 건넨 첫마디부터 애매모호해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더 알아들을 수 없었다.“무슨 뜻이에요? 혹시 공은채 말하는 거예요?”석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에 하윤은 미간을 좁히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지환 오빠, 도준 씨는 공은채와 달라요.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고 결혼도 했고요. 그런 가정도 하기 싫어요.”하윤이 경계하는 모습을 보자 석지환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아니다, 못 들은 거로 해. 나 며칠 동안 해원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으니 나중에 네 공연 보러 올게.”비록 석지환의 말에 기분이 조금 상했지만 그래도 상대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이웃집 오빠인지라 하윤은 여전히 걱정이 앞섰다.“혹시 혼자가요? 도준 씨한테 도움 청해볼까요? 그러면 오빠도 더 편할 거고.”“아니야, 내가 경성에 간다는 건 누구한데도 말하지 마. 내 개인적인 일 처리하러 가는 거니까. 다른 사람 알게하고 싶지 않아.”‘하긴, 요즘 지환 오빠 상태도 안 좋은데, 기분전환 하러 가는 건지도 모르지.’하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안전 조심해요.”멀리 떠나가는 석지환의 뒷모습과 텅 빈 팔소매를 번갈아 보며 하윤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현재 가는 곳마다 도준과 공은채에 관한 소식이라서 석지환은 아마 하윤보다 더 괴로울 거다.‘아직도 지환 오빠 여자친구면서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지. 차라리 기분전환 할 겸 외출하는 것도 좋지.’차에 오른 하윤은 뒷좌석에서 도준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도준 씨는요?”“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091화 오늘 가지 마요

    병원.“상황이 이대로 안정되면 다음주 목요일 바로 수술할 수 있습니다.”검사 보고를 확인하던 원장이 짤막한 결론을 내놓자 도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다음주 목요일로 정해요.”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공은채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이내 되물었다.“혹시 지금 수술하면 성공 확률은 얼마인가요?”“90퍼센트 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희 병원의 심장내과는 국내 최고 수준이니 저희 말대로 약만 꾸준히 먹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면 성공 확률은 매우 높습니다.”원장의 말에도 공은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어찌됐든 현재 겨우 제가 원하는 모든 걸 손에 넣었는데, 이대로 일이 틀어지면 안 됐으니까.원장을 포함한 의료진이 떠나자 공은채는 이내 도준을 바라봤다.“수술할 때 제 곁에 있어줄 거죠?”“응.”도준은 짤막하게 대답했다.요 며칠동안 저를 매일 보러 오는 도준 덕에, 공은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그 때문에 말투도 많이 가벼워졌다.“그럼 됐어요. 도준 씨가 곁에 있으면 저는 늘 위험에서 벗어났었으니까.”이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도준이 살이 있는 부처처럼 공은채를 항상 지켜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유일하게 모든 걸 동원해서 그녀를 살려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설령 공은채에게 죽을 고비가 찾아와도 도준은 저승길이라도 찾아와 그녀를 다시 끌어냈다.솔직히 이런 도준에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하지만 공은채에게 남은 이런 소녀 같은 마음은 진작 염옥란과 함께 죽었다. 공은채는 남자를 믿지 않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사랑 따위 믿지 않는다. 그녀가 믿는 건 오직 손에 쥐고 있는 것뿐이다.하지만 지금, 그런 공은채에게도 왠지 다른 마음이 생겨났다.도준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어찌됐든 도준처럼 모든 걸 갖춘 사람과 함께라면 남은평생 편하게 살 수 있기도 하고, 무너진 공씨 가문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으니까.공은채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최신 챕터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4화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연말이 되자, 하윤은 사람들 다 같이 경성에서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경성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진가연과 한성운도 그러고 싶어 했다.남은 사람은 양현숙이었다.하윤은 원래 양현숙을 데리고 경성에 오려고 했는데, 양현숙이 해성시의 집을 떠나기 싫어했다. 양현숙은 집을 지켜야 한다면서 오래 집을 비우면 너무 처량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하윤은 양현숙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집뿐만이 아니라 이성호와의 추억이다.그래서 하윤은 그렇게 요구하지 않고 도윤을 데리고 자주 보러 갔다.이번에 하윤의 요청에 양현숙이 기분 좋게 동의하면서 31일에 같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하윤은 손님 맞을 준비를 했고 곧 새해가 다가왔다. 양현숙이 하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금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하윤에게 물었다.“하윤아, 네 오빠 귀국한다는데, 만나볼래? 싫으면 너희 방해하지 말라고 할게.”그때 병원에서 기분 나쁘게 헤어진 뒤로 만난 적이 없었다.승우는 도윤의 나이를 잘 기억하고 있어 가끔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보내주었다.이렇게 여러 해 지나고 하윤은 전의 일을 마음에 담아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한 것에 대해 조금 자책했다. 양현숙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하윤은 양현숙이 중간에서 힘들까 봐 가볍게 말했다.“오빠 돌아왔으면 같이 오세요. 우리 한 가족 되게 오래 같이 못 만났잖아요?”양현숙은 기뻐서 대답했다.“알았어, 그렇게 오빠한테 전달할게.”...통화를 마친 하윤은 이 일을 도준에게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승우가 하윤의 오빠지만, 하윤이 이 이년 사이에 아무 이성과 접촉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컷 모기까지 도준은 하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도준은 승우를 항상 경계해 왔다.도준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그날 저녁 도준이 돌아왔을 때, 하윤은 120%로 잘 보이려고 했다.하윤은 발꿈치를 들고 도준의 외투를 벗겨주었다.“여보 왔어요? 어땠어요? 오늘 일은 힘들지 않았어요?”도준이 하윤을 힐끔 쳐다보고 소파에 앉아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3화 당신은 참 좋은 엄마인 거 같아

    하윤은 요즘 아들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도윤은 다른 애들과 달리 장난감으로 놀기 좋아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책을 보는 일이었다.가끔 하윤은 도윤이 너무 오래 앉아 있어 힘들까 봐 텔레비전 앞에 데려와서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그러나 하윤이 할 일을 하고 돌아오니, 도윤이 뉴스 채널을 돌려서 재밌게 보고 있었다.소파 위에 있는 작은 아들을 보고 하윤은 걱정이 앞섰다.‘설마 내가 너무 연습에 몰두해서 아들을 소홀히 했나? 그래서 아들이 상처를 받아서 저런가? 안 돼! 도윤에게 완벽한 동년을 줄 거야!’하윤은 이 일이 엄청나게 큰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동안 생각하고 도윤을 데리고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과 많이 만나게 하려고 했다. 많이 만나면 도윤의 동심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었다.하윤은 어디를 가던 도우미가 자기를 보는 것이 싫어, 그냥 아파트에 살았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가 있었고 그중에 모래로 촉감놀이 하는 곳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하윤은 그곳에 도윤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날씨가 좋아 하윤은 도윤의 손을 잡고 그를 집 밖으로 데리고 갔다.모래가 있는 곳으로 가자, 도윤은 모래를 뿌리며 재밌다고 웃어대는 친구들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하윤은 도윤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신나게 말했다.“도윤아, 친구들 얼마나 재밌게 놀아, 우리도 얼른 들어가서 놀자.”도윤은 눈썹이 붙을 정도로 찌푸렸지만, 하윤이 기대에 찬 모습에 하윤과 함께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도윤은 하윤이 시키는 대로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로 하윤과 함께 모래에 들어갔다.도윤의 눈썹과 눈은 하윤을 닮았고 나머지는 도준과 똑같았다. 너무 잘생겨서 순식간에 다른 애들의 주의를 끌었다.한 아이가 도윤에게 말했다.“우리 같이 모래 파서 궁전 만들자!”그 아이가 손을 잡으려고 하자 도윤이 한 걸음 물러났다.“미안, 난 엄마랑 놀아야 해서.”하윤은 도윤이 자기랑 놀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마음속으로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2화 결혼식 한다고?

    하윤이 해성시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소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혜는 딸 민효연이 첫돌 생일을 쇠는 김에 미뤘던 결혼식도 같이 한다고 했다.지훈이 산을 구매해서 이제 산속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했다.하윤이 깜짝 놀랐다.“결혼식 한다고?”“네!”소혜는 간식을 먹으며 말했다.하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혜를 불렀다.“소혜야.”소혜가 목을 쭉 뻗었다.“네?”지훈이 욕실에서 몸을 내밀자, 빛나는 눈은 여우처럼 사람을 홀렸고 머리가 젖어 더욱 섹시해 보였다.지훈의 보조개는 아주 귀여웠다.“수건 가져다줘.”지훈의 섹시한 모습에 소혜가 다급히 말했다.“언니, 오빠한테 언제 시간 되는지 물어봐 줄래요? 그럼, 이렇게 정하고 저는 남자 만지러, 아, 아니, 수건 가져다주러 갈게요!”‘헤헿.’통화를 마친 하윤이 소혜가 보낸 웨딩사진을 보고 마음이 조금 찡했다.소혜를 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지훈을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저녁 식사를 할 때, 하윤이 이 일을 도준에게 말했다.“지훈이 소혜랑 결혼식 올린대요. 다음 달에 한다는데, 당신이 언제 경성에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던데.”도준이 하윤을 바라봤다.“그건 당신한테 달린 거 아닌가? 당신이 자꾸 밖으로 돌아다니니까 내가 힘을 좀 써서 당신을 잡아와야지.”“말하는 것 좀 봐요. 제가 무슨 나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말하네요? 다 연습하러 가는 거지.”하윤은 젓가락을 입에 물고 일부러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소혜랑 지훈이 결혼식 한대요.”도준은 물을 마시고 콧소리가 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도준이 눈치채지 못하자, 하윤은 더 선명하게 눈치를 줬다.“아니, 쟤네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 미뤘던 결혼식 올리는 거네요?”도준이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아기를 배속에 다시 밀어 넣고 결혼식 할 수는 없잖아?”하윤은 화가 나 그릇에 담겼던 완자에 구멍을 뚫었다.“맞아요! 맞는 말이죠!”도준이 눈치가 없자, 하윤은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도준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봤다.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1화 가고 싶어?

    경성에서 하윤이 자기 전에 핸드폰을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침대에서 급히 일어나 욕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여보!”“도준 씨!”“도준 씨!!”욕실의 안개가 도준의 넓은 어깨에 흩어졌고 도준은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가슴팍이 보였고 물기를 채 닦지 않아 가슴팍과 근육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도준은 하윤의 다급한 부름에 어디 부딪힌 줄 알고 급히 나왔는데, 나와보니 하윤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다.도준은 들고 있던 수건으로 하윤의 엉덩이를 때렸다.“왜 그래? 무슨 귀신이라도 봤어?”하윤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도준의 어깨에 놓고 핸드폰을 도준에게 들이밀었다.“빨리 봐봐요! 빨리!”하윤이 너무 날뛰어 핸드폰을 너무 가까이 대는 바람에 도준은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도준은 하윤의 손목을 뒤로 잡아당겼지만 하윤이 손을 흔드는 바람에 인내심이 없어 하윤의 허리를 안고 침대에 눕혔다. 혹시라도 너무 흥분해서 침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보기 귀찮으니까 얘기해 줘.”“고은지가 결혼한대요! 누구랑 하는지 맞혀 봐요!”도준이 물어보기도 전에 하윤은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곽준호! 곽도원의 아들 말이에요! 세상에, 아무런 연관이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결혼하게 된 거죠?”도준은 침대에 기대며 말했다.“아무 연관이 없진 않지. 전에 곽도원이 고은지를 새 아내로 맞이한다고 술자리를 열었었어.”“네?”하윤이 깜짝 놀랐다.‘그럼, 고은지가 곽준호 새엄마? 세상에! 나보다 더 용감하네?’하윤은 참지 못하고 도준을 밀었다.“얼른 얘기해 봐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도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팔을 하윤의 다리에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하윤은 도준의 팔을 치워버렸다.“쳇, 당신도 몰라요?”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도준이 하윤의 볼을 꼬집으며 그녀를 돌렸다.“그렇게 알고 싶으면 결혼식에 가면 되겠네.”하윤은 볼이 꼬집혀서 말을 똑바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0화 슬픈 멜로디(99)

    준호는 가볍게 물었지만, 눈빛에는 긴장함이 깃들어 있었다.준호는 은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그녀의 마음도 자신처럼 뜨거운지 보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은지가 왜 준호를 찾지 않고 준호가 왔을 때 그에게 기회를 주는지 알지 못했다.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수도 없이 많아진다. 은지를 볼 수 없을 때는 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만나니까 가지 말라고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지 말라고 잡으면 은지 마음속에 준호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준호의 마음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져 버렸다.준호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자신의 기분을 은지가 느끼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너 속이기 싫어, 난 너 없어도 잘 살아.”준호의 손에 힘이 빠졌고 빛나던 눈도 빛을 잃었다.준호가 기분이 처져 손을 떼려고 하는데, 은지의 차가운 손이 준호의 손등을 감쌌다.“근데 네가 있으면 난 더 기분이 좋아서 매일 행복하게 살 거 같아.”실망했던 준호는 조금 희망을 얻고 말했다.“왜 말을 그렇게 늦게 해! 날 그렇게 힘들게 할 거야?”은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마도?”준호는 은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고, 이렇게 정말 기뻐서 나오는 웃음은 더 본 적이 없었다.준호는 성큼성큼 은지에게 다가가 입맞춤했다.“고은지, 너 이번에 또 가면 너 절대 안 놔줄 거야!”“응.”비음이 섞인 은지의 목소리에 준호의 몸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준호는 은지를 품에 안았다.“더 이상 나 화나게 하면 안 된다?”“될수록 그렇게 해볼게.”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성격에는 문제가 없어?”“너!”준호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계속 품에 안고 싶었던 은지를 안고 있어 화를 낼 수 없었다.“성격 안 좋은 거 나도 알아, 차근차근 알려주면 나 다 고칠 수 있어.”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말은 잘 듣네.’“다 고쳐도 나 좋아해야 된다? 안 그러면 너 안 놔줄 거야!”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될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9화 슬픈 멜로디(98)

    아까는 은지에게 핍박을 당해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두 사람은 마주 보며 차에 앉아 있었고 은지가 준호를 지그시 바라보자, 준호는 그 물음을 다시 물어볼 수 없었다.그러나 준호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한 적 있어.”아까까지 겨울의 추위에 덜덜 떨던 준호가 은지의 대답에 봄으로 끌려온 것 같았다.준호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아 다시 물었다.“뭐라고?”은지는 담담하게 바로 대답했다.“이 6개월 동안 너 생각한 적 있다고.”이 6개월 동안 은지는 준호처럼 어린 사람, 준호처럼 무모한 사람, 은지를 마음에 들어한 사람,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 중에 준호처럼 진심으로,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와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은지는 30여 년간 계속 연기를 했었다. 이성희한테서 귀염을 받으려고, 고씨 집안의 사랑을 받으려고, 곽도원의 귀염을 받으려고 말이다.은지가 수많은 자태를 뽐냈지만, 준호는 은지가 가장 악독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고도 좋아한 사람이다. 그래서 준호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생각났다.“그럼, 앞으로 생각 안 할 거야.”“너!”준호가 다급히 말했다.“왜? 아까는 내 생각 했다며?”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은지는 준호의 화가 차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준호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나, 나도 네 생각 했어.”이때 차의 라디오에서 로맨틱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준호는 평소에 이런 노래를 듣기 싫어했는데, 지금 들으니 아주 로맨틱했다.준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은지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가게는 저기 있어.”은지가 물어보지 않자, 준호도 은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나랑 가는 거야, 마는 거야?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용기가 안 나!’마을이 너무 작아 노래 한 곡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목적지에 도착했다.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준호도 따라서 내렸고 은지가 계단으로 올라가자, 준호도 따라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8화 슬픈 멜로디(97)

    호텔 내부의 뜨거운 공기에 준호는 재채기를 했고 곧이어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은지를 발견했다.반년이 지나 은지의 머리는 좀 길었지만 조금 헝클어진 상태로 풀어 놓았다.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고 전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었다. 준호는 뜨거운 공기 때문에 목이 말랐다. 열정 넘치는 아저씨가 준호 보고 얼른 와서 앉으라고 하면서 술을 부어주었다.“은지 남자 친구죠?”준호는 은지가 또 전처럼 새엄마라고 할까 봐 경계했다.그러나 은지는 그저 간결하게 대답했다.“아니요.”준호는 한숨 돌렸다. 그러나 곧이어 준호는 또 짜증이 났다.이제 은지가 준호의 새엄마도 아니니 정말 아무런 사이가 아니다.희현은 은지에게 귓속말했다.“저 사람은 왜 또 언니 잡으러 온 거예요? 제가 문 지킬 테니까 도망갈래요?”말을 채 하지 못했는데, 은지가 희현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었다.“왜요? 이 계획 별로예요?”“아니, 너 목소리 너무 커서 저 사람이 너 보고 있어.”과연 고개를 돌리자, 준호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희현을 바라보고 있었다.희현은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제 막 유명해지려고 하는데, 죽으면 안 되지.’희현이 한 말 때문인지, 은지가 준호를 불러 놓고 준호랑 말을 안 해서인지, 밥을 채 먹지 못했는데, 그는 은지가 화장실을 갔을 때 막아섰다.은지가 손을 씻고 돌아섰는데, 준호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은지는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준호가 지금까지 버틴 것이 기적 같았다.“손 씻으려고?”준호는 잘 얘기해 보려고 했는데, 은지의 말에 또 화가 났다.“손 씻는다고? 내가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왔는데, 손 씻으러 왔겠어?”은지는 준호의 손에 묻은 양념을 가리키며 말했다.“그건 아니겠지만, 손은 씻어야 할 거 같아.”준호는 은지가 한 말에 반박할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씻었다.손을 다 씻은 준호는 은지가 자리에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은지가 옆에 서 있었다. 거울 속의 두 사람은 연인처럼 붙어 있었다.은지가 준호를 보자,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7화 슬픈 멜로디(96)

    ‘설마 고은지?’곧이어 여자가 목도리를 벗자, 얼굴이 보였다.은지가 아니라, 전에 은지와 함께 준호를 속였던 배우 희현이었다.연말이 되자, 밖에서 일하던 자녀들이 다 무진으로 돌아왔기에 마을에 못 보던 차가 많이 세워져 있어 희현은 준호의 차를 의심하지 않고 차 주변을 돌며 통화를 했다.“여보세요? 언니, 저 도착했는데, 어디 계세요?”“호텔 쪽에 있어요? 아, 그럴 줄 알았으면 택시 타고 호텔로 갔죠.”준호는 희현의 통화를 듣고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다.‘언니? 고은지인가? 고은지도 여기 있나?’...무진에 호텔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항상 손님이 별로 없었다. 연말이라 손님이 더 없어서 주인장은 일 층에 탁자를 다 붙여서 음식을 해놓았다. 아이들이 모여 있어 희현이 왔을 때 아이들이 희현에게 달려왔다.“희현 언니!”희현은 통쾌하게 용돈을 나눠줬다.“이리와, 언니 돈 많이 벌어서 너희 용돈 줄게!”아이들을 보내고 희현은 창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언니, 저 왔어요!”은지가 처음에 무진에 왔을 때는 준호를 피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피할 필요가 없어져 사탕 가게를 책방으로 바꾸고 알바생을 찾았다. 이 책방에서 책을 보면 사탕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했다.이 반년 동안 은지는 여행을 다니면서 지냈다.며칠 전, 호텔 주인이 은지보고 무진에 와서 연말을 보내라고 했고 아이들이 은지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오기로 했다.희현은 옆 마을에서 드라마를 찍다가 같이 식사하러 왔다.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한 상 차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둘러앉았다.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준호만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차가워진 도시락을 들고 화를 냈다.준호는 은지가 외롭게 연말을 보낼 줄 알고 도시락까지 싸서 왔는데, 이렇게 화목하게 모여서 보낼 줄 몰랐다.준호는 몇 시간을 운전해서 여기까지 온 자신이 참 바보 같았다.이렇게 도시락을 건네주기는 좀 그렇고, 아무 말도 안 건네고 가자니 아쉬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6화 슬픈 멜로디(95)

    준호도 그동안 못 완성했던 임무를 마저 수행해야 했다.전에는 은지를 찾는 데만 집중해서 임무는 뒷전이었다. 이번에는 각 지역을 하나씩 제대로 돌아봐야 했다.돌아본 곳이 많아질수록 준호의 마음도 점차 평온해졌다.마을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자연과 마주하니 준호의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다.3개월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준호는 남한성에 돌아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팀장은 준호가 전과 달라진 모습에 칭찬했다.“이런 일 많이 하니까 좋은 점이 있네.”...그 후로 준호는 예전처럼 훈련하고 임무를 수행했다.이곳에 있으면 외계의 간섭을 덜 받기에 사람들이 준호의 집안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개의치 않았다.그저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준호는 신옥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은지 씨가 정말 차가운 사람이라면 날 위해 비밀을 지켜주지 않았을 거야.’신옥영도 이 비밀을 준호가 알게 되면 많은 것을 바꾸게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은지처럼 작은 일도 따지는 사람은 무조건 알았을 것이다.준호는 전에 은지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혈 동물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잘 알 수 없었다.‘고은지 나한테 정은 있었나?’준호는 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뜨겁기도 했다.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쉽게 들 수 없었다.‘만약 고은지가 나한테 마음이 없다면 이미 놔줬으니까 다시 가서 방해하면 안 돼. 근데 혹시 나한테 마음이 있었다면?’...눈 깜짝할 사이에 연말이 되어 길거리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준호는 신옥영이 머무는 저택으로 갔는데, 집안이 시끄러웠다.하나가 장원수를 지휘하며 집을 꾸몄고 하나는 신옥영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신옥영에게 애교를 부렸다.올해에 준호는 신옥영의 저택에서 이 부녀를 자주 봤는데, 처음에 그들을 만났을 때,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장원수를 쏘아보며 일자리며 가족 관계까지 다 물어봤었다. 나쁘지 않았다.그러나 신옥영은 재혼할 마음이 없어 보였고 준호는 신옥영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기는 신옥영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