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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아껴 줄래요

도준은 침실 안에서 휙 스쳐지나는 그림자를 보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야? 나 못 본 척하는 거야?”

이내 들켜버린 하윤은 그제야 마지못해 방에서 걸어 나왔다.

“흥, 공은채랑 같이 있느라 제가 눈에 안 보이나 보죠.”

“질투하는 거야? 이리 와, 어디 봐 봐.”

도준은 쭈뼛거리며 걸어오는 하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제 막 샤워를 하고 나와서인지 속눈썹마저 촉촉하게 젖어 있는 하윤을 보자, 도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도준의 손에 이끌려 고개를 든 하윤은 그의 턱에 묻은 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 여기 왜 이래요? 혹시 다쳤어요?”

다시 제대로 확인했더니 턱뿐만 아니라 이곳저곳 피가 묻어 있어 흐린 눈으로 보면 꽃무늬인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

“어디 봐 봐요.”

하윤은 다급하게 도준의 옷을 벗기며 이리저리 확인했다.

그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으며 하윤의 손을 꽉 잡았다.

“뭐가 그렇게 급해?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옷부터 벗기고 말이야.”

“도준 씨가 다쳤을까 봐 이러는 거잖아요.”

다급하게 소리치는 하윤의 손을 도준은 꽉 그러쥐었다.

“이리 와, 욕실에서 구석구석 보여 줄게.”

그제야 도준이 아무 일도 없다는 걸 발견한 하윤은 이내 그를 밀어냈다.

“전 이미 다 씻었으니 도준 씨 혼자 들어가요.”

‘욕실에서 또 얼마나 괴롭히려고. 내가 바보인 줄 아나?’

하지만 도준은 하윤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왜? 무대 위에서 잘 흔들더니 이제 와서 게으름 피우려고?”

제멋대로 말하는 도준의 행동에 하윤은 화가 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거 예술이거든요!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 나 모르니까, 여보가 가르쳐줘.”

낮게 깔린 웃음 소리와 간질거리는 호칭에 하윤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잠깐 멍 때리고 있는 사이, 어느새 몸에 걸친 옷이 모두 벗겨진 채 욕실 안에 들어와 있었다.

여기서 더 발버둥쳐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

뜨거운 수증기가 낀 욕실 안에서 곧이어 남자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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