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50화 깨달음

도준은 마개를 딴 물병을 내려 놓으며 잔뜩 긴장한 하윤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무슨 일 있어?”

도준은 하윤에게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않았다. 오직 하윤이 무슨 변명을 대며 저를 따돌릴지 궁금했을 뿐.

제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도준의 눈을 피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하윤은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며 큰 결심을 내린 듯 입을 열었다.

“만약 오후에 시간 되면 저랑 같이 공천하가 수감된 감옥에 가줄 수 있어요?”

도준의 눈빛은 살짝 흔들렸다.

“공천하가 수감된 감옥?”

“네.”

곧이어 하윤은 공태준한테서 명함을 받은 사실을 빠짐없이 털어 놓았다. 심지어 다 말하고 난 뒤 잘못을 한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과까지 했다.

“미리 말했어야 하는데…… 또 거절할까 봐 말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어제 말할 기회도 없어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

말을 마친 하윤은 고개를 든 채 불상한 눈으로 도준을 바라봤다.

“화 내지 마요. 네?”

하윤은 도준과 공은채가 저를 두고 내기를 했다는 것도 모른 채 진지하게 고민하고 제 운명이라도 맡기듯 조심스럽 진심을 내보였다.

그제야 도준은 어제 하윤이 했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도준 씨 사랑해요. 하지만 무서워요.’

‘하, 이런 뜻이었어?’

사실 하윤을 놓고 내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도준은 성은우한테도 내기를 제안했었다. 그때도 도준은 단지 구경꾼이었고 하윤은 도준이 짜놓은 판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버둥대는 바둑에 불과했다…….

곧이어 공은채의 말도 도준의 뇌리를 세게 강타했다.

‘우리가 저를 두고 어떤 판을 짰는지도 모르고 저랑 같은 처지인 벗이 희생당했다고 무너지는 꼴이라니…….’

하윤은 확실히 저를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 채 주위에 있는 사람이 다칠 때마다 저 때문이라고 자책해 왔다.

깊은 함정에 빠진 게 저인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이 저를 두고 내기하는 줄 도 모르고 도준한테 독을 먹이려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

분명 가장 큰 피해자가 저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