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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공은채의 출생

그 일이 있은 뒤, 공천하와 염옥란은 겉으로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미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애초에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염옥란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이 덕분에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아이가 두 사람을 갈라 놓는 불씨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공천하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염옥란과 함께 산부인과에 갔었다.

하지만 의사가 웃으면서 임신한지 2달이 되었다고 말하는 순간, 공천하의 낯빛은 이내 어두워졌다. 그 당시 기쁨에 취해 있던 염옥란은 그런 공천하의 표정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진료실에서 나오자마자 배를 문지르며 딸애였으면 좋겠다는 염옥란과 달리 공천하는 심란하기만 했다. 심지어 배를 문지르는 아내의 동작이 눈에 거슬리기까지 해 버럭 소리질렀다.

“그 애 지워!”

염옥란은 공천하의 엄포에 놀라 손을 뿌리쳤다.

“당신 지금 미쳤어? 어떻게 당신 애한테 그렇게 잔인할 수 있어?”

“내 아이라고? 그날 곽도원과 뭔 짓을 했는지 알게 뭐야!”

터질 게 끝내 터져버렸다.

그간 남편이 저한테 냉담하다는 걸 염옥란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제가 곽도원과 한 지붕 아래에 하룻동안 함께 있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이정도로 생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날 대화만 했다고 했잖아. 그 사람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 그리고 나 그 집안으로 밀어 넣은 거 당신이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래 맞아. 내가 들어가라고 등 떠밀었어. 그런데 거짓말하라고는 한 적 없어. 관계가 벌어졌으면 벌어진 거지 왜 그걸 속여? 설마 오래 전부터 서로 붙어먹던 사이 아니야?”

“짝!”

염옥란은 공천하의 뺨을 치며 끝내 오열했다.

“당신, 당신이 어떻게…….”

그날 분명 남편과 아이 때문에 곽씨 저택에 들어간 건데, 이제 와서 이런 수모를 겪는 게 염옥란은 억울하고 분했다.

그제야 공천하도 제 말이 심했다는 걸 눈치챘는지 이내 말투를 누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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