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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할 수 있는 일

여기까지 말하던 공천하는 회한에 잠긴 듯 눈을 감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때 내가 그랬거든. 유전자 검사는 아이가 태어난 날 바로 했다고. 아이는 내 아이가 맞더라고. 그런데 여전히 구역질 난다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하윤은 염옥란이 얼마나 억울하고 절망스러웠을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공태준이 당연히 오해하고 일부러 두 모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게 너무 충격이라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럼 염옥란 여사는 그 일 때문에 자살한 거겠네?”

공천하는 그 말에 갑자기 흥분했다.

“아니. 내 아내는 따뜻해지려고 숯을 피운 것뿐이지 자살한 게 아니야! 따뜻해지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그렇게 착한 사람이 나와 아이들만 남겨 놓고 떠났을 리 없어!”

‘여전히 죄책감 없는 걸 보니 그동안 같잖은 핑계로 제 신경을 마비시켜 왔을 게 뻔하네.’

“눈가리로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친자 확인으로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끝까지 고개 숙이지 않던 사람이 아이 학교 보내겠다고 끝내 고개 숙였는데, 그게 모두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 절망에 빠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야! 그 입 닥쳐! 내 아내는 이해심 많은 사람이야. 절대 그럴 사람 아니라고!”

감옥에 잡혀 올 때까지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공천하가 갑자기 미쳐 날뛰자 교도관은 곧바로 나타나 공천하를 끌고 갔다.

……

면회실에서 나온 하윤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공천하가 비록 끝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염옥란의 죽은 건 아마도 공은채가 더 잘 살아가기를 바라서였을 거다.

하지만 공은채가 살아있는 한 공천하의 마음 속 응어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텐, 죽지 않는 한 공씨 집안에서는 좋은 대접을 받기는 어려웠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뒤에 일은 자연스럽게 퍼즐이 맞혀졌다. 염옥란이 죽은 뒤 공은채는 공씨 집안 둘째 아가씨로 인정을 받긴 했지만 공천하의 이쁨을 받는 건 불가능 했을 거다. 더욱이 얼마 뒤 재혼하게 되었으니 공은채의 생활은 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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