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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똑같이 돌려주다

호텔에서 나온 하윤은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져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하지만 공은채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저를 관찰하고 있을 걸 생각하자 이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도준 ‘몰래’ 나온 거니 당연히 한민혁한테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할 수 없었기에 하윤은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았다. 그러던 그때 하윤은 갑자기 좋은 수가 번쩍 떠올랐다.

‘잠깐, 공은채도 사람 그렇게 잘 모함하는데, 나도 똑같이 돌려줘야지.’

하윤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핸드폰을 꺼내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핸드폰 액정을 두드렸다.

것 보기에는 분명 어플로 콜택시를 부르는 듯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석지환에게 문자를 보낸 거였다.

[제가 지난 번에 말했던 말 기억해요? 공은채가 오빠 몰래 도준 씨 만나고 다닌다던 말. 만약 흥미 있으면 호텔로 구경하러 와요.]

이렇게 남긴 문자 아래 호텔 주소와 룸 번호를 적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자를 보낸 뒤 하윤은 자연스럽게 콜택시 어플을 열어 택시를 부르면서 무심코 주위를 둘러봤다.

‘공은채, 그러게 누가 남의 남자 꼬시래? 너도 한번 당해 봐.’

하윤이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이, 택시 한 대가 앞에 멈춰 서자 하윤은 얼른 차 안으로 들어갔다.

……

한편, 하윤의 문자를 받은 순간부터 석지환의 눈은 복잡했다.

믿음은 마치 루퍼트 왕자의 눈물과 같아 단단한 부분은 총알도 꿰뚫을 수 없지만 약한 꼬리 부분은 살짝 누르기만해도 부서지기 마련이다.

하윤이 처음 공은채에 대해 말했을 때, 석지환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저를 어둠 속에서 꺼내 준 여자를 그렇게 악독한 여자와 연관 지을 수 없으니까. 그가 알던 공은채는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해원에 돌아오고 나서 공은채가 제 이익을 챙기는 모습이 번번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저를 구슬려 껍데기만 남은 공씨 집안과 손을 잡게 하는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솔직히 석지환도 순탄치 못한 공은채의 운명과 한순간 망해버린 공은채의 집안 때문에 그녀를 더 동정한다. 하지만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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