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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이별

민도준은 허리 굽힌 민병철을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게 나이도 드신 분이 왜 권력 다툼에 끼어들었습니까? 진작 집에 돌아가 쉬셨으면 좀 좋아요? 이제 그만두겠다고 하시니 소원대로 해드리죠.”

도준은 이내 두 손을 꽉 움켜쥔 민시영을 돌아봤다.

“네가 사장직 맡을 수 있겠어?”

갑작스러운 제안에 시영은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억누르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최선을 다 할게.”

그 말에 도준은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봤다.

“의견 있는 분 있습니까?”

역시나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방금 민병철 식구의 참상을 목격한 자라면 이 상황에 도준의 말을 거역할 리 없었다.

“의견 없으시죠? 그러면 뭣들 하고 있습니까? 박수로 축하하지 않고?”

“짝짝짝!”

열렬한 박수 속에서 시영은 백제 그룹 사장으로 부임되었다.

하지만 이들 중 물론 도준이 무서워 억지로 박수 치는 사람도 있지만 절반은 시영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사람이었다.

이건 그간 회사에 입사해서 오너 일가라는 특권이 주어졌음에도 갑질 한번 하지 않고 심지어 직원들보다도 더 열심히 일해온 시영에 대한 인정이었다.

게다가 시영이 이끄는 부서는 매 분기마다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기에 시영이 사장으로 부임하는 것에 사람들은 당연히 의견이 없었다.

그렇게 이번 해프닝은 우여곡절 끝에 겨우 막을 내렸다.

……

새로운 사장으로 부임한 것 때문에 시영이 인계 받을 업무는 적지 않았다. 때문에 모든 일을 처리하고 퇴근하니 평소보다 1시간은 훌쩍 넘겼다.

그러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자 구매팀 차장이 먼저 시영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장으로 부임되신 거 축하합니다. 역시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전에 제가 구매 건으로 문의드렸을 때 급하게 사인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두고 봤더니 역시나 그쪽에서 문제가 터졌더라고요.”

“저는 단지 의견을 말씀드렸을 뿐이에요. 직접 결정한 건 임 차장님이잖아요. 차장님이 문제를 발견하고 제대로 된 결정 내려 주신 덕에 회사 손실을 막은 거죠.”

싱긋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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