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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은우에 대한 마음

“핑계가 안 떠오르지?”

“안 떠오르면 직접 만나서 말해.”

도준은 말하면서 하윤의 팔을 덥석 잡았다.

당장이라도 팔을 으스러뜨릴 것처럼 꽉 잡은 탓에 하윤은 아무리 버둥대도 도준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러지 마요. 우리 돌아가요. 네?”

“그래. 저 개자식만 만나면 바로 돌아가자고.”

아무리 애원하고 뿌리쳐도 도준을 막을 길 없자, 하윤은 급한 마음에 아무 말이나 불쑥 내뱉었다.

“도준 씨가 매번 이렇게 저 강요하지 않으면 저도 은우한테 빚지고 살 필요 없었잖아요. 은우 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돼요?”

하윤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던 도준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뭐라고?”

“내 말 틀렸어요?”

하윤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솔직히 하윤도 잘 알고 있다. 은우도 저도 모두 실수로 바둑판에 발을 들인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거, 이 치열한 판 속에서 살아 남는 것조차 힘든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

만약 공은채가 죽었다면 하윤도 이토록 원망스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잘 살아서 돌아다니는 공은채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언젠가는 이 바둑판에서 희생당할 보잘것 없는 존재, 그게 바로 은우와 하윤이다.

하지만 은우는 제가 하윤한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본인 손으로 제 다리에 구멍을 내는 걸 불사하면서까지.

이건 은우가 도준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이며, 그가 갖고 있는 유일한 힘이다.

사실 하윤이 바라는 건 별거 없다. 그저 은우의 생활이 방해받지 않는 거. 그 하나면 된다.

‘그런데 왜 그것마저 안되냐고?’

도준은 아무 말없는 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직접 묻지 않아도 하윤이 속으로 그 개자식을 대신해 억울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침묵 속에서 두 사람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이미 갈라졌던 흔적에 또다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도준은 하윤을 잡아 끌던 손을 풀고 담배를 꺼내 들었다.

“또 말해 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한꺼번에 말해.”

하윤은 어리둥절해졌다.

“뭐라고요?”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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