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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내기

“데려다 줘서 고마워. 나 먼저 들어갈게.”

차가 호텔 앞에 도착하자마자 하윤은 공태준과 작별했다.

그때 하윤을 도와 문을 열어주던 태준이 뜬금없이 사과를 건넸다.

“미안해요.”

“뭐?”

갑작스러운 한 마디에 하윤은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태준은 차 문을 닫고 하윤 앞에 다가왔다.

“은채 일, 대신 사과할게요.”

공은채를 언급하자 하윤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대신 사과한다고? 당신이 왜 사과해? 사과 한마디로 아버지 죽음을 그대로 묻어두라는 뜻인가?”

“아니, 오해예요.”

태준은 낮은 소리로 해명했다.

“전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간 은채가 살아 있었다는 걸 속인 게 미안하다는 뜻이었어요. 그 때문에 윤이 씨가 고생했잖아요.”

하윤은 태준이 이런 말을 먼저 꺼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일부러 잊으려고 애쓰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태준의 말은 하윤이 그간 제 식구가 공은채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고 고생을 해왔는지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심지어 집에서 도망치려는 공은채의 욕심 때문에 하윤의 가족은 이리저리 부딪히고 피 흘리면서 희생당했다.

그런데 그걸 도준마저 외면했다는 걸 생각하니 하윤은 숨이 턱 막혀 왔다.

“할 말없으면 먼저 갈게.”

“잠깐만요.”

태준은 하윤을 불러 세우며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공천하가 갇혀 있는 감옥 주소예요. 내일 오후 1시 면회 신청해 놓았으니 가보면 궁금했던 거 알 수 있을 거예요.”

‘공천하…….’

공은채가 그때 그런 일을 꾸민 건 공천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였으니 그 당사자는 분명 다른 사람이 모르는 속사정을 알고 있을 게 뻔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명함에 그려진 넝쿨이 하윤의 손을 점점 위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

한편, 맞은편 차 안.

운전석에 앉은 공은채는 도준을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내가 뭐랬어요? 받을 거라고 했죠?”

도준은 차창 너머로 태준의 손에서 명함을 받아 든 하윤을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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