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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딱 기다려

공기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미소를 띤 공태준과 달리 도준의 얼굴은 음산하고 무서웠다.

“지금 뭐라고 했어?”

그 말을 듣고도 하윤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손을 등 뒤에 대고 사각지대에서 도준에게 누군가 보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하지만 태준에게 들킬까 봐 급한 마음에 마구 손을 뒤집은 바람에 아무런 뜻도 전달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도준이 그 뜻을 대충 알아들었다는 거다. 그제야 도준은 이를 악문 채 하윤을 제 쪽으로 돌려 놓으며 다시 물었다.

“다시 말해 봐. 뭐라고?”

하윤은 태준을 등진 채로 도준에게 키스를 날리면서 태연하게 연기를 이어 나갔다.

“도준 씨만 아니었다면 은우가 지금처럼 됐을 리는 없었잖아요.”

아까와 똑 같은 말이었지만 진심이 아니라는 걸 전달하기 위해 마구 윙크를 날리는 바람에 하윤은 퍽 우스꽝스러웠다.

이미 한번 한 적 있는 대사로 두 사람은 한마디 한마디 주고받으며 아까처럼 싸워댔다.

심지어 아까의 절절한 고백은 빠진 채 저와 은우야 말로 같은 세상 사람이라던 차가운 말만 내뱉었다.

그걸 옆에서 듣고 있던 태준마저 미간을 좁혔다 펴기를 반복했다.

너무 실감 나는 싸움에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던 태준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하윤을 말렸다.

“윤이 씨, 제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도준이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하윤이 도준의 새끼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더니 옆을 스쳐 지나며 태준의 차에 올라탔다.

‘오냐오냐 했더니 이제 내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네?’

한편, 하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제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차에 오른 하윤은 제 팔을 문지르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하잖아. 이건 공은채를 잡기 위한 미끼일 뿐이야.’

그렇게 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집에서 딱 기다려. 쉽게 끝나지 않을 줄 알아.]

문자를 본 순간 하윤은 등골이 오싹해 얼른 핸드폰을 무름 위에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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