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44화 아수라장

하윤은 이제 기운이 빠질 지경이었다. 성은우의 관을 넘었나 했더니 또 공태준이 나타나단.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자진해서 설명했다.

“저기, 제가 은찬이 뒤를 쫓다가 웬 식당에 갔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거예요. 그런데 마침 생일이라고 해서, 어, 같이 케익 좀 먹었고…….”

하윤은 말하면 말할수록 물 소리가 작아졌다.

“화 내지 마요. 네?”

“내가 화를 왜 내?”

도준은 싱긋 웃으며 하윤의 옆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내 말 귓등으로 들었다고 화 낼까? 아니면 내가 없는 틈에 공 가주 생일까지 함께 보내준 걸 화낼까?”

하윤은 도준의 말에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미안해요. 잘못했으니까 속 시원하게 욕해요.”

도준은 차에서 내려오는 태준을 힐끗 보더니 느긋하게 대답했다.

“욕하라고?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무섭다고 자유도 없다면서 찡얼댔으며서.”

도준이 말을 할 때마다 하윤의 머리는 점점 땅으로 꺼졌다. 심지어 마지막 한마디에 아예 고개를 도준의 가슴에 파묻은 채 중얼거렸다.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하지만 하윤이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하윤의 말을 끊었다.

“민 사장님.”

고개를 돌려 보니 태준은 어느새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제가 윤이 씨 데리고 은우 보러 온 거예요. 그러니 난처하게 하지 마요.”

태준은 말 한마디로 모든 책임을 짊어지면서 하윤과 도준의 사이를 더 갈라놓았다.

이쯤 되자 도준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공씨 가문은 뭐 유기견 혈통이라도 되나? 왜 주인 하나 물면 그 주위를 맴돌지 못해 안달이지? 내가 내 와이프랑 대화 좀 하겠다는데 왜 끼어들고 그래요? 집안 망한 것 때문에 이제 제비라도 돼 보려고 미리 업무 숙지라도 해두려고 그러나?”

자존심을 긁는 도준의 천박한 말투에 태준의 눈은 일순 싸늘해졌다.

“그러는 민 사장님 눈에 윤이 씨는 본인만의 공간도 자유도 가질 수 없는 겁니까? 그간 은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