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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춤 춰 봐

쇼핑백 안에 든 것은 야한 속옷이 아니라 공연복이었다.

그것도 하윤이 공연 때마다 입던 발레 복.

하지만 애석하게도 흰 스타킹이 없는 탓에 아무것도 가리지 못하는 치마로 제 몸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다리를 훤히 드러낸 채로 말이다.

그 때문에 안정감이 없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이렇게 입는 것보다 차라리 야한 속옷이 낫다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숨어 있을 수도 없는 탓에 하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욕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그 순간 밝은 불빛 때문에 하윤은 눈을 가늘게 접었다.

도준은 방 안의 모든 불을 켠 채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심지어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유로운 모습은 하윤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하윤은 가슴을 가리고 있는 정교한 레이스를 불편한 듯 잡아당기며 모기 소리로 중얼거렸다.

“다 갈아입었어요.”

환한 불빛은 붉게 물든 하윤의 볼과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남자의 노골적인 시선은 하윤의 발목부터 점점 위로 올라가더니 끝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음, 춤 춰 봐.”

‘춤?’

하윤은 이런 꼴로 춤을 출 수 없어 어물쩍거리며 시간을 끌었다.

“무대도 없는데 어떻게 춰요?”

도준은 소파에 기댄 채 고개를 살짝 들었다.

“얼른, 자기는 예뻐서 아무렇게 춰도 예뻐.”

어물쩍 넘기려던 하윤은 도준의 말에 끝내 싫다는 말은 내뱉지 못한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평소 여자 마음 사려고 일부러 주접 멘트 날리지 않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여자들 다 죽어났겠네.’

음악도 없이 춤 추려니 어색했는지 하윤은 음악을 틀고 싶다고 요구했고, 도준도 순순히 동의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자 하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춤을 사랑하기에 그게 어떤 곳이든 이내 집중할 수 있었다.

긴 팔을 쭉쭉 뻗으며 허리를 약간 숙이는 하윤의 모습은 백조가 따로 없었다.

뒤로 높게 얹어야 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어깨에 드리우고 있어서 그런지 우아함은 덜했지만 오히려 더 매혹적이었다.

제 자리에서 빙빙 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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