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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오랜만의 재회

달리는 차 안에서 하윤은 뒤로 휙휙 지나가는 익숙한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지어 이 모든 게 꿈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윤의 기억은 학창 시절로 돌아갔다. 그때도 하윤은 지금처럼 차에 앉아 창밖의 경치를 봤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엄마가 해주기로 한 갈비찜을 떠올리고, 또 주말에 오빠와 함께 놀러갈 계획을 머리에 그렸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예쁜 야경은 마치 꿈처럼 점점 멀어졌다. 여전히 남아 있는 건 오직 제 그림자뿐이었다.

하윤은 왠지 이 순간 도준이 보고싶어졌다.

도준이 곁에 있을 때면 이렇게 외로운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그런 외로움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잠깐.’

그 순간 하윤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 났다.

‘그러고 보니 이 일 도준 씨한테 말하지 못했네.’

은찬을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태준과 마주친 데다 모든 게 등 떠밀리듯 벌어진 바람에 이 모든 걸 도준에게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갑자기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머리털이 삐죽 곤두섰다.

지난 번 태준의 차에 올라타지 않았는데도 그런 꼴을 당했는데, 지금은 차에 올라탄 건 둘째 치고 은우를 보러 가는 길이니 그 결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윤은 옆을 힐끗거렸다. 태준은 태블릿으로 일처리를 하는 듯해 보였다.

그걸 확인한 순간 하윤은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도준과 나눈 대화창을 열었다.

위에는 온통 하윤의 문자뿐이었다. 도준은 문자 대신 최근 했던 영상통화 기록이 전부였다.

하윤은 이내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완곡히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무리 완곡하게 말한다 한들 도준이 실어하는 포인트뿐이라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다.

이 일을 말한다면 도준은 당장 돌아오라고 대답할 게 뻔했다.

도준이 은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닌 데다, 만약 은우가 해원에 있는 걸 알면 또 손을 쓸까 봐 두려웠다.

‘아니면 말하지 말까?’

‘도준 씨는 아직 경성에 있으니까 내일 돌아오면 다시 용서를 빌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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