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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전 애인 VS 현 애인

한민혁은 마치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하윤의 앞을 가로막은 채 공은채와 대치했다. 그 모습은 제 새끼 지키는 암탉이 따로 없었다.

“하윤 씨 먼저 가세요. 여긴 제가 막고 있을게요.”

공은채는 아무 정서도 읽을 수 없는 담담한 눈으로 잔뜩 긴장한 민혁의 얼굴을 한번 훑었다.

“민혁 씨, 아무리 그래도 저 도준 씨 약혼녀였던 사람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상사의 전 애인과 현 애인 사이에서 도준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아 안 들리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하윤에게 말했다.

“차 안에 히터 켜 놓고 있으니 먼저 타요.”

“혹시 지환 오빠 찾아왔어?”

“안 돼?”

하윤은 민혁의 말을 무시한 채 공은채를 바라봤다.

그 시각 공은채도 하윤을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얼핏 보면 채 얼지 않은 물처럼 부드러웠다. 하지만 먹어봐야 얼마나 차가운지 알고, 목구멍으로 넘겨봐야 목구멍을 찢을 듯이 날카로운 얼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윤은 비아냥거리듯 입을 열었다.

“당연히 되지. 지환 오빠 여자친구잖아. 그런데 지환 오빠는 알아? 네가 지환 오빠랑 사귀면서 도준 씨를 위해 몸은 깨끗하게 남겨두고 있다는 거?”

“…….”

너무 충격적인 대사에 민혁의 동공은 일순 확대되었다. 심지어 너무 놀라 아무 말조차 하지 못했다.

‘이, 이거 너무 자극적이잖아?’

그날 일부러 하윤이 듣도록 말한 지라 하윤이 다시 그 일을 입에 담자 공은채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받아 쳤다.

“아하, 혹시 들었어?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넌 도준 씨랑 어울리지 않아. 도준 씨는 너처럼 평범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공은채의 말에 하윤은 화가나 웃음이 나왔다.

“그럼 누가 더 어울리는데? 너?”

“응.”

“도준 씨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도준 씨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포악한지 나만 알거든.”

공은채는 하윤을 힐끗 바라봤다

“도준 씨가 힘든 나날을 보낼 때 곁에 있어준 사람도 나고 도준 씨가 이토록 높은 곳까지 올라오는 걸 지켜본 사람도 나야. 그러니 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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