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25화 원수

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빠,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에요?”

하윤이 경계하는 모습을 내비치자 석지환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

“그러니까 네 말대로 은채가 정말 주림과 교수님의 일과 연루되었다면 그걸 민 사장이 몰랐을까?”

‘도준 씨…….’

민도준이 흥덕 마을과 이성호가 투신한 빌딩에 모두 나타난 적이 있다면 분명 뭔가를 알고 있을 거다.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지더니 하윤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을 꺼냈다.

“난 도준 씨 믿어요. 도준 씨는 내가 다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석지환은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다 컸다더니 여전히 어린애네? 그때 민 사장은 너 알지도 못했을 텐데 어떻게 너까지 고려하겠어?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두 사람 사이 이간질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너도 알았음 해서. 네가 나더러 은채 의심하라고 하는 게 내가 너더러 민 사장 의심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는 거.”

하윤은 몇 마디 말로 공은채에 대한 석지환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할 수 없이 한 발 물러섰다.

“좋아요. 증거가 없으니 오빠 난처하기 안 할게요. 그런데 하나만은 꼭 약속해 줘요. 내가 오늘 했던 말 공은채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석지환은 피식 웃으며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할까?”

익숙한 동작은 순간 하윤의 옛추억을 소환했다. 학생 시절 승우가 바쁠 때면 항상 석지환이 승우 대신 하윤을 데리러 오곤 했는데 그때만 되면 하윤은 승우가 먹지 못하게 하던 음식을 몰래 사먹고는 석지환과 새끼 손가락 걸고 맹세하게 했었다.

지난 추억에 코끝이 찡해난 하윤은 새끼 손가락을 내 밀어 석지환의 손가락을 감았다.

……

경매장을 나선 하윤은 천천히 걸으며 오늘 들은 일들을 소화했다.

애초의 목적은 세뇌된 석지환을 설득하는 것이었는데, 제가 도리어 미궁속에 빠지게 된 것 같았다.

‘공은채, 감히 내 식구 목숨을 도망치는 발판으로 삼아? 찢어 죽일 X.’

공천하가 공은채의 꾀임에 넘어갔든 아니면 정말로 제 딸을 죽은 아내와 겹쳐 보았든, 딸이 몇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